마르첼로 리피 중국 감독·바히드 할릴호지치 일본 감독·예른 안데르센 북한 감독은 마치 서로 짜고 나온 것처럼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현재 팀 사정이 어렵다"고 호소했다. 모두 발톱을 숨기기 바빴다. 당당히 우승을 목표로 밝힌 사령탑은 신태용 축구대표팀 감독뿐이었다. 신 감독은 "사상 최초 2연패가 목표"라고 말했다.
스타트를 끊은 것은 중국의 리피 감독이었다. 그는 대회 목표를 묻는 질문에 "중국은 젊은 선수들이 중심이 되어 있다. 실험적인 대회라고 생각한다"면서 "선수와 팀의 성장과 발전을 바라고 있다"고 돌려 말했다. 리피 감독은 "시즌이 끝나 선수들이 휴가를 받아 참가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면서 "새로운 선수들이 합류했기 때문에 확실히 관찰하고 활용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이런 이유로 안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해도 핑계 삼을 생각은 없다"며 "한국과 일본은 아시아에서 1∼2위를 다투는 강한 팀이지만 우리도 최선을 다해 경기를 풀어나갈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개최국 일본의 할릴호지치 감독은 선수 구성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할릴호지치 감독은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우승팀 우라와 레즈 선수 5명이 빠지고, 세레소 오사카 소속 선수 3명도 대표팀에 오지 못했다"면서 "스트라이커 스기모토 겐유는 발목에 문제가 있고, 에이스 기요타케 히로시는 머리를 다쳐 팀을 바꿔야 하는 상황"이라고 아쉬워 했다. 그는 이어 "당사자에겐 미안한 일이지만, 가시마 앤틀러스 수비수 도이 쇼마를 대체 선수로 부를까 생각 증"이라면서 "쇼마는 지금 일본 북부지역 어딘가에서 결혼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찾아내서 대표팀 합류를 요청할 생각"이라고 말해 기자회견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할릴호지치 감독은 "어려움이 있겠지만 이기기 위해 도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대회 참가국 중 최약체로 평가받는 북한 예른 안데르센 감독은 당연히 걱정스러운 모습이었다. 안데르센 감독은 "우승후보가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일본과 한국전은 어려운 경기가 될 것"이라면서도 "좋은 경기를 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준비는 충분히 했다"라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