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원 롯데 신임 단장이 지난달 29일 납회식에서 내비친 연봉 협상의 방침이다.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지금까지 롯데의 연봉 체계 기준이 모호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17일 32명(55.1%)의 2015시즌 연봉 협상 결과를 열어보니 정말로 '후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제 관심은 팀의 주축 선수들, 고액 연봉자에게로 모아진다.
롯데는 17일 보도자료를 통해 정훈 등 32명의 연봉 협상 결과를 전했다. 올 시즌 주전 2루수로 활약하며 '커리어 하이'를 찍은 정훈은 6500만원(인상률 81.3%) 인상된 금액으로 억대 연봉을 돌파했다. 마운드에서 노장 투혼으로 '단비'가 돼 준 이정민도 2700만원(인상률 71.1%) 오른 6500만원에 도장을 찍었다. 32명 중 11명이 20%이상 인상된 연봉에 사인을 했다. 동결은 3명, 삭감은 3명이다.
2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데다 단 한 명도 개인 타이틀을 얻어내지 못했기에 칼바람이 불 수도 있는 상황이지만 오히려 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두 가지 의미로 볼 수 있다. 우선 힘든 시기를 겪은 데다 팀의 고참급 선수들이 대거 빠져나간 상황에서 선수들의 사기를 고려한 것이다. 또 한 가지는 새로운 연봉 협상 기준과 체계를 적용하기 위해서다. 이 단장은 "이제까지 명확한 기준이 없었기 때문에 선수들도 판단할 수가 없었다. 그러다가 예상보다 적은 금액을 받게 되면 실망만 커지는 것이다. 이제는 명확한 기준을 정해 선수들이 납득하고 수긍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고 힘주어 말했다. 구단이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었기에 이번 협상에선 유연함을 두고, 향후 만들어진 기준은 철저하게 적용할 계획이다. 단기간에 바뀌긴 힘들겠지만 향후 몇 년 간 선수들의 인식 변화까지 이끈다는 것이 롯데의 계획이다.
이와 같은 '후한' 협상 결과 소식이 팀의 주전급 선수들에게도 이어질 수 있을까. 상대적으로 고액 연봉을 받고 있는 이들이 많기 때문에 인상률 자체가 크진 않을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앞서 언급한 두 가지 이유가 적용되지 않을 이유도 없다. 구단에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이미 황재균도 상당 수준 인상된 금액을 제시를 받았다고 한다. 가장 큰 관심사인 손아섭도 이번 주 구단과 첫 협상 테이블을 차린다.
오로지 좋은 성적만이 김용수 코치 영입과 철회 문제 등 연말에도 시끄러운 롯데를 일으켜 세울 수 있어 보인다. 연봉 협상 결과는 사기진작 여부를 좌우한다. 내년 시즌 경기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롯데가 남은 44.9% 선수들과의 협상에도 훈풍을 이어갈 지 관심이 모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