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용의 말에서는 은근한 위기감이 묻어났다. 유럽파 선수들 대부분이 기성용처럼 생각하고 있다. 손흥민의 말을 빌자면 "눈에서 불이 날 정도로" 의욕적이다. 시즌을 마치고 국내에 귀국한 유럽파 선수들이 23일 자청해서 파주 NFC를 찾은 이유다.
강호와 첫 맞대결을 앞둔 슈틸리케팀은 지금 분명 '위기'를 맞고 있다. 이날 발표한 스페인-체코전 선수 명단에 이름을 올린 유럽파 선수들 중 올 시즌을 무난히 보낸 선수는 사실상 없다. 대표팀 대들보 기성용은 부상과 감독 교체로 인해 시즌 중반부터 도통 그라운드를 밟지 못했다.
손흥민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보낸 첫 시즌에 자신의 기대만큼 활약하지 못했다. 석현준(25·포르투)은 포르투 이적 후 주전 경쟁에서 밀려난 모양새고, 지동원(25)과 홍정호(27·이상 아우크스부르크)도 뛰어난 활약을 보였다기엔 무리가 있다. 풀백에 대한 고민 때문에 대체자로 선택한 윤석영 역시 나서지 못한 경기 수가 더 많다. 이청용과 박주호, 김진수는 아예 명단에서 제외됐다.
누가 뭐라해도 대표팀에서 주축 역할을 해주는 유럽파 선수들이 처한 지금의 상황은 가볍게 넘어가기 어렵다. 그동안 승승장구하던 슈틸리케팀이 처음으로 제대로 된 강팀과 맞대결을 앞둔 시점이라 더욱 그렇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6위 스페인과 25위 체코는 분명 한국(54위)보다 한 수 위다.
100%의 전력으로 임해도 어려운 상대다. 이대로 뛰어봤자 '망신'거리만 된다는 건 선수들이 더 잘 알고 있다. 이날 파주에서 만난 기성용은 "유럽파는 시즌이 일찍 끝나 스페인전을 준비할 시간이 남았다. 계속 쉬고만 있을 수는 없어 훈련을 요청했다"고 '파주 특훈'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내내 쉬다가 3일 준비해서 스페인전에 나설 수는 없었다. 선수들 사이에서 100%로 준비하는 게 맞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며 "훈련 장소를 찾기 마땅치 않아 대표팀에 건의를 했는데 받아줬다"고 덧붙였다.
이날 모인 선수는 모두 7명. 기성용, 손흥민을 비롯해 지동원, 홍정호, 윤석영, 그리고 한국영(26·알 가라파)과 임창우가 카를로스 아르무아(67) 코치의 지도 하에 약 1시간30분 가량 훈련에 임했다. 체력 훈련과 스트레칭, 패스와 공뺏기 등 감각을 유지하는데 중점을 둔 가벼운 훈련이었지만 선수들은 내내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훈련에 참가한 손흥민은 "선수들 모두 스페인-체코전을 앞두고 의지가 강하다. 우리가 얼마나 발전했는지 볼 수 있는 기회다. 또 한국이 얼마나 강팀인지 테스트할 수 있는 무대다"며 "상대는 유럽의 강호다. 원정 경기인 만큼 망신당하지 않도록 잘 준비해야한다"며 굳은 각오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