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가 있었다. 그동안 구사를 주저하던 투심 패스트볼 비율이 높아졌다. 그의 트레이드 마크였던 무브먼트가 살아났다.
류제국은 개막 첫 5경기에서 1승 4패, 평균자책점 6.26으로 부진했다. 승리 투수가 된 4월 17일 한화전에선 6이닝 1실점으로 호투했다. 하지만 다른 4경기에선 모두 4실점 이상을 했다. 세 번은 5이닝을 채우지도 못했다.
이 기간 투구 내용을 보면 지난해와 차이가 있었다. 한화전을 제외하곤 주무기인 투심패스트볼 비중이 낮았다. 7점을 내준 4월 10일 SK전에서 총 투구수 75개 중 포심패스트볼이 25개. 투심 8개를 던졌다.
류제국은 KBO리그에서 직구 무브먼트가 가장 좋은 투수로 꼽힌다. 포심 그립을 잡고 던져도 커터와 비슷한 움직임을 보인다. 투심 그립이면 싱커가 된다. 양상문 LG 감독은 "회전이 남다르다"며 "리그 최고 수준의 직구 움직임"이라고 평했다.
그런데 올해 부진했을 때는 투심이 줄어들었고, 포심의 무브먼트도 사라졌다. 강상수 투수 코치는 "시즌 초반에 제구가 좋지 않았다. 그래서 실전에서는 포심패스트볼 위주로 던지고, 훈련 때 투심 감각을 끌어올리자고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투심은 무브먼트가 좋은 만큼 제구가 쉽지 않은 공이다.
류제국은 2014년 시즌 뒤 오른쪽 무릎 수술을 받았다. 투구를 시작할 때 체중을 지탱하는 부위다. 상태가 좋지 않으면 제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강 코치는 "선수 자신도 잘 인지하지 못하는 미세한 부분이지만, 적응에 시간이 걸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류제국은 올 시즌을 앞두고 동료들보다 먼저 미국으로 떠나 개인 훈련에 돌입했다. 코칭스태프에서 오버 페이스를 우려할 정도였다. 하지만 강 코치는 "투구할 준비는 많이 했지만 몸 상태는 아쉬움이 있었다"고 했다.
기초 단계부터 다시 시작했다. 포수가 홈플레이트 위까지 당겨 앉아 류제국의 공을 받았다.
정상보다 가까운 거리에서 투구 훈련이 이뤄졌다. 강 코치는 "제구력을 잡기 위해 하는 훈련"이라며 "최근 이 과정을 반복했고, 이제는 경기에서도 투심과 포심을 적절하게 섞어 던질 수준이 된 것 같다"고 했다. 류제국은 지난 13일 SK전에서 6⅔이닝 1실점으로 호투하며 승리 투수가 됐다. 19일 kt전에서는 8이닝 무실점을 기록하며 팀의 5연승을 이끌었다. 두 종류의 빠른 공을 적절이 섞어 타자를 상대했다.
kt전이 끝난 뒤 만난 류제국은 "투심과 포심 선택은 상황에 맞게 던지려고 할 뿐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제구력 향상은 고무적으로 봤다. 그는 "제구를 잡기 위해 노력했는데 좋은 결과로 나타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kt전에서도 실투는 한 개도 없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LG는 선발 투수 우규민이 컨디션 난조로 2군으로 내려갔다. 상위권 순위로 시작하는 5월 넷째주, 류제국의 투심 제구력과 무브먼트가 더 중요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