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중일 야구 대표팀 감독이 최적의 타순 조합을 위해 고민하고 또 고민 중이다. 대표팀 타순을 두고 많은 예상이 쏟아지고 있지만, 현재까지 확실히 정해진 건 4번 타자 박병호 뿐이다.
류중일 감독은 16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대표팀 공식 첫 훈련을 마친 뒤 "박병호가 정말 잘 치더라. 타구가 잠실구장 밖으로 넘어가는 줄 알았다"며 미소 지었다. 그러나 이내 타순 조합 대한 질문을 받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고민을 해봐야 한다. 여러 안을 두고 저울질하고 있다"며 "확실한 건 4번 타자 박병호 뿐이다. 그것 외에는 아직 정한 것이 없다"고 말했다. 그의 표정에는 고심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이번 대표팀 타순의 가장 큰 고민거리는 공격의 물꼬를 터야하는 1번 타자이다. 소속 팀에서 고정적으로 1번을 맡아온 선수는 민병헌(두산) 뿐이다. 높은 출루율 속에 빠른 발을 보유한 손아섭(롯데)도 1번 후보로 거론됐다. 그러나 류 감독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황재균(롯데)을 1번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소속 팀에서 1번으로 나선 모습을 봤는데, 괜찮았다"는 것이 류 감독의 평가다.
황재균은 올 시즌 타율 0.316·12홈런·60타점·70득점을 기록 중이다. 1번 타순에서는 타율 0.303(66타수 20안타)를 기록했다. 지난 8월26일부터 소속 팀의 1번으로 나선 황재균은 첫 주에 4할이 넘는 불방망이를 휘둘렀다. 류 감독의 뇌리에는 이때의 활약이 각인 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9월 들어 타격 페이스가 조금 주춤했다. 류 감독은 "황재균은 본인도 1번에 대한 거부감이 없다고 하더라. 대회 전까지 점검을 할 것"이라고 했다.
박병호를 중심으로 꾸려질 클린업 트리오는 강정호의 컨디션 여부에 따라 유동적으로 구성된다. 류 감독은 일단 김현수-박병호-강정호로 이어지는 중심 타선을 1순위로 두고 있다. 손아섭과 나성범이 소속팀에서 3번으로 활약하고 있지만, 다년간 대표팀에서 활약한 김현수에게 더 높은 점수를 줬다. 결국 5번 타순이 변수가 된다. 류 감독은 "강정호를 5번 아니면 6번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손가락 부상에서 회복한 강정호가 컨디션을 빨리 찾을 경우 문제될 것은 없다. 하지만 타격 컨디션이 늦게 올라올 경우 나성범이 5번에 배치되고, 강정호는 6번이 될 수도 있다.
류 감독은 "LG와 연습경기에 나서는 타순이 베스트 라인업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17일 훈련을 통해 선수들의 컨디션을 최종 점검하고, 곧바로 베스트 라인업을 꾸리겠다는 뜻이다. 아시안게임 대표팀과 LG의 연습경기는 18일 잠실구장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