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 동안 뛰었던 두산과의 이별에 김동주(38)는 착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그는 "나에게는 최선의 선택이었다"라면서도 "무거운 마음을 안고 떠난다"고 말했다.
두산은 20일 '김동주를 보류선수 명단에서 제외했다'고 발표했다. 이날 오후 김태룡 단장과 김승호 운영팀장, 김동주가 만나 조건 없이 그를 풀어주는 것에 합의했다. 자유계약선수 신분이 된 김동주는 이제 타 구단과 아무 제약 없이 입단 협상이 가능하다.
1998년 당시 역대 신인 야수 최고 계약금(4억5000만원)을 받고 OB(현 두산)에 입단한 김동주는 팀 중심타자 역할을 톡톡히 해내며 팬들에게 '두목곰'이라는 애칭을 얻었다. 그러나 2012년부터 부상과 부진에 시달리며 점차 팀 내에서 경쟁력을 잃었다. 올해는 단 한 번도 1군 무대를 밟지 못했다. 결국 김동주는 '선수로서의 기회'를 위해 정든 친정팀을 떠나기로 마음 먹었고, 두산은 김동주의 손을 놓아 주었다. 그의 프로 통산 성적은 1625경기 273홈런 1097타점·타율 0.309이다.
- 결별은 언제, 어떻게 결정된 것인가.
"오늘(20일) 오전에 구단으로부터 연락을 받고, 오후 3시 반쯤에 만나 얘기를 나눴다. 기존의 입장 차이를 좁히고 좋은 방향으로 해결을 봤다."
김동주는 지난 17년간 두산이라는 한 팀에서만 뛰었다. 사진은 1998년 OB(두산의 전신) 입단 당시의 김동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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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택하기가 쉽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
"17년 동안 한 팀에서 뛰었는데, 미안한 마음이 있다. 이게 나에게는 최선의 선택이었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좋겠다."
- 두산과의 사이에 대해 안 좋은 말들이 많았다.
"만약 진짜 안 좋았다면 오늘 단장님과 팀장님을 만나서 얘기를 나누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동안 선수와 프런트간 입장 차이가 있었던 것은 맞지만, 인간적으로 서로 안좋았던 부분은 없다."
- 올해 기회를 얻지 못하면서 상당히 힘든 시즌을 보냈다.
"안 힘들었던 시즌이 없었다. 나에게는 이 자리까지 오는 모든 순간들이 쉽지 않았다. 결국 인내하고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 김동주에게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제까지 나는 한 번도 변한 적이 없었다. 예전에도 지금도 김동주다. 두산에서는 그랬지만, 내가 다른 구단에 가게 된다면 거기에 맞게 변해야 한다는 생각은 한다. 그게 내게 기회를 준 팀에 보답을 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김동주의 결별과 관련, 조범현(왼쪽) kt 감독은 "그동안 김동주에게 관심이 있긴 했었다"며 "보류선수 명단에서 풀린만큼 선수가 입단을 희망한다면 테스트를 통해 몸 컨디션과 기량을 살펴볼 기회를 주겠다." 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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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향후 계획은.
"사실 이전까지 운동이 손에 안 잡혔던 것은 사실이다. 뭔가 결정된 것이 없었기 때문에 스스로 불안한 부분이 있었다. 이제 해결이 됐으니까 운동도 열심히 하고 다른 팀도 알아봐야 한다. 아직까진 머릿 속이 하얗다."
- '두목곰'을 그리워할 팬들에게 한 마디 한다면.
"죄송한 마음이 앞선다. 17년 동안 팬들이 있었기 때문에 내가 있었다. 한결같이 옆에서 응원해주시고, 잘 못할 때에는 꾸짖어 주셔서 힘이 됐다. 두목곰이라는 애칭도 너무 감사했다. 두산에서 함께 했던 17년이라는 시간은 결코 잊지 못할 것이다. 두산에서 끝까지 함께 하지 못해 무거운 마음을 안고 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