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종 감독이 이끄는 인천아시안게임 남자축구대표팀이 1986년 서울 대회 이후 28년 만에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우승까지 이제 딱 한 고비 남았다. 한국은 10월 2일 북한과 운명의 결승전을 치른다.
결승행의 일등 공신 중 한 명이 중앙수비수이자 주장인 장현수다.
실력도 리더십도 캡틴으로 손색이 없다. 장현수는 이광종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던 2011년 콜롬비아 20세 이하 월드컵 때도 주장이었다, 이 감독은 아시안게임대표팀이 소집된 직후 곧바로 장현수에게 완장을 맡기며 변함 없는 신뢰를 드러냈다. 장현수는 침착하고 안정적인 플레이가 장기다. 전방으로 연결하는 패스도 수준급이라 종종 수비형 미드필더로도 기용된다. 이번에 이광종팀이 조별리그 3경기와 토너먼트 3경기 등 6경기에서 무실점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장현수는 이번 대회를 통해 '강심장'이라는 사실도 증명했다.
장현수는 9월28일 일본과 8강전에서 종료 3분을 남기고 페널티킥 키커로 나섰다. 극도로 긴장된 상황. 4만3000명의 관중이 숨윽 죽인 순간 장현수의 발을 떠난 볼은 정확하게 골문 오른쪽 상단을 꿰뚫었다. 골키퍼가 방향을 알아도 막을 수 없는 코스였다. 한국은 이 결승골로 일본을 잡았다. 9월30일 태국과 4강전에서 한국은 전반 막판 또 페널티킥을 얻었다. 역시 장현수가 키커였다. 그는 일본전 때와 비슷한 코스로 볼을 정확하게 넣었다. 하지만 주심이 다시 차라고 지시했다. 장현수가 킥을 하기 직전 한국 선수가 페널티 라인 안으로 먼저 움직였다는 판정이었다. 이 경우 키커는 큰 부담을 받게 된다. 하지만 장현수는 태연했다. 이번에는 골문 왼쪽 구석으로 깔아차 성공시켰다.
경기 후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장현수는 "사실 페널티킥을 차기 전 태국 골키퍼가 내게 와서 '어디로 찰지 안다'고 말했다"고 털어놨다. 일종의 신경전이었다. 하지만 도발에 넘어가지 않았다. 그는 "골키퍼가 알아도 미리 정한 코스로 차면 못 막는다"며 "한 번 성공하고 다시 찼는데 그 때는 다른 방향으로 차기로 마음먹었고 또 성공했다"며 웃음지었다. 장현수는 "상대 골키퍼 영어가 짧아서 알아들을 수 있었다"고 농담하는 여유도 보였다.
북한과 결승전 이야기가 나오자 장현수의 표정은 다시 비장해졌다. 북한은 최근 16세 이하 월드컵 결승과 이번 아시안게임 여자축구 4강에서 잇따라 한국을 울렸다. 장현수는 설욕을 다짐했다. 그는 "무조건 이겨야하는 경기다. 16세 동생들과 여자대표팀을 위해 반드시 잡겠다. 북한전은 인생의 경기가 될 것이다"고 각오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