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차 군단에 '녹슨 전차'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독일 축구대표팀의 추락을 표현하는 말이다.
세계 최강을 자부하던 독일이 최근 급격한 하락세를 겪고 있다. 추락의 시작은 2018 러시아월드컵 F조 3차전 한국전 0-2 패배다. 2014 브라질월드컵 챔피언 독일은 2018 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독일 축구가 월드컵에서 토너먼트에 진입하지 못한 최초의 사건이다. 이후 독일은 처참할 정도로 고꾸라졌다. 독일은 월드컵이 끝난 뒤 6번의 경기를 치렀고, 2승2무2패에 그쳤다. 독일이 승리를 거둔 2경기는 페루(2-1 승) 러시아(3-0 승)와 한 친선경기였다.
독일은 이날 네덜란드에 2-0으로 앞서다 내리 2골을 실점했다.
정작 중요한 경기에서는 승리를 챙기지 못했다. 2018~2019 유럽축구연맹(UEFA) 네이션스리그에서 부진의 끝을 보여 줬다. 1조 1차전에서 프랑스와 0-0으로 비긴 뒤 네덜란드에 0-3으로 대패하는 굴욕을 당했다. 이어 프랑스에 1-2로 졌고, 마지막 경기였던 네덜란드전에서 2-2로 비겼다. 독일은 2-0으로 앞서다 내리 2골을 내주며 승리를 놓쳤다. 독일은 네이션스리그에서 1승도 거두지 못한 채 리그 B로 강등됐다. 독일 축구의 자존심이 완전히 무너진 것이다. 2014 브라질월드컵을 제패한 뒤 2018 러시아월드컵까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부동의 1위를 고수하던 독일의 순위는 어느새 14위까지 떨어졌다.
독일 축구의 추락은 곧 요아힘 뢰브 감독의 추락이다. 슈퍼스타는 없지만 세계 최강 독일을 탄생시킨 주인공은 뢰브 감독이다. 독일의 황금기가 다시 열릴 수 있었던 핵심 동력이다. 2006년부터 독일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뢰브 감독은 독일을 절대적인 강호로 변모시켰다. 이전까지 독일 축구는 암흑기였다. 1990 이탈리아월드컵 이후 월드컵 정상에 서지 못했다.
뢰브 감독은 현재 젊은 선수들을 기용하며 또 한 번의 세대교체를 시도하고 있지만 분위기는 삭막하다.
독일은 젊은 뢰브 감독에게 독일 축구의 미래를 맡겼고, 뢰브 감독은 증명했다. 뢰브 감독이 지휘봉을 잡으면서 독일 축구는 마법처럼 부활했다. 과감한 결단력과 탁월한 전술 그리고 선수를 발굴하고 성장시키는 안목은 따라올 자가 없다. 독일 축구팬들의 절대 신뢰 속에 그는 세계적 명장의 반열에 올라섰다.
하지만 최근 분위기는 삭막하다. 독일의 연이은 부진 속에 뢰브 감독을 향한 신뢰가 무너지고 있다. 특히 네이션스리그에서 1승도 거두지 못한 결과가 뢰브 감독을 향한 신뢰에 치명타를 입혔다. 지금 뢰브 감독은 독일의 영웅이 아닌 비판의 중심에 서 있다. 과거 성공적인 세대교체로 찬사받았던 뢰브 감독은 현재 젊은 선수들을 기용하며 또 한 번의 세대교체를 시도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불신을 받는다.
뢰브 감독은 네덜란드전이 끝난 뒤 "실망스럽지만 부정적인 면보다 긍정적인 면이 많았다. 어린 선수들을 지속적으로 기용해 변화를 시도했다"며 "잠재력이 높은 선수들로 내년 A매치를 준비하겠다. 많은 잠재력을 가졌다"고 강조했다.
뢰브 감독은 밝은 미래를 제시했지만 지금 독일은 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 탈락에도 뢰브 감독을 신임했던 확신이 격하게 흔들리는 분위기다. 또 일부 독일 축구팬들은 뢰브 감독의 사임을 요구하고 나섰다. 독일 축구의 상징 뢰브 감독이 역대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