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은 이랬다. LG는 22일 마산구장에서 열린 NC와의 준플레이오프(준PO) 2차전에서 9회 1사 후 박용택이 볼넷을 얻어 출루하자 대주자 문선재를 내보냈다. 이어 이병규(등번호 7)의 타석에서 문선재가 2루 도루를 시도했다. 이병규는 배트를 휘둘렀고 문선재는 홈을 쳐다보지 않은 채 2루까지 내달려 슬라이딩까지 했다. 그런데 이병규가 친 공은 내야 높이 떴다. 잡기 쉬운 공이었다. 2루수 박민우가 낙구 지점을 잡고 공을 쳐다보는데도 문선재는 계속 3루로 내달렸다. 그런데 문선재가 3루 베이스에 다다른 순간 마산구장에는 환호와 탄성이 함께 터졌다. 박민우가 공을 잡지 못한 것이다. 박민우 바로 1m 가량 뒤에 떨어졌다. 문선재는 그 사이 홈으로 내달려 득점을 올렸다. LG가 4-2로 앞서가는 쐐기점을 만든 순간이다.
문선재는 경기 뒤 '아웃카운트를 착각했나'라는 질문에 "아니다"고 했다. 그는 "단독 도루를 했다. 원래 2루를 보고 뛰어야 하는데 그냥 슬라이딩까지 했다"며 "그런데 돌아보니 2루수가 공을 잡으려고 준비하고 있더라"고 말했다. 문선재는 "이미 돌아가기에는 너무 늦은 것 같았다. 내가 뛰면서도 '왜 가고 있지'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래서 그냥 계속 뛰었는데 행운의 점수로 연결된 것이다. 경기 뒤 LG 선수들은 문선재를 놀려댔다. 문선재는 많이 부끄러운 듯 "창피해 죽겠다. 이겼으니 정말 다행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점수는 NC의 추격 의지를 꺾는 '신의 득점'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