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는 20일 2019년 FA 승인 선수 명단(15명)을 발표했다. 올해 FA 자격 선수로 공시된 22명 가운데 15명이 FA 권리 행사 승인을 신청했다. 처음으로 FA가 된 선수는 투수 이보근·노경은·금민철, 포수 양의지·이재원, 내야수 송광민·김민성·김상수·모창민, 외야수 최진행까지 총 10명. 재자격 선수인 투수 윤성환, 내야수 최정·박경수, 외야수 박용택과 지난해 FA를 신청하지 않고 자격을 유지한 외야수 이용규도 포함됐다.
임창용(왼쪽)과 장원삼은 소속팀에서 방출된 상태다.
투수 장원준(두산) 임창용(KIA) 장원삼(삼성) 이명우(롯데)와 내야수 손주인(삼성) 박기혁(kt) 그리고 외야수 박한이(삼성)까지 총 7명은 FA 자격을 행사하지 않기로 했다. 2014년 이후 가장 많은 선수가 FA 권리 행사를 포기했다. 이들 가운데 임창용과 장원삼은 이미 소속팀에서 방출돼 FA를 신청할 필요가 없는 상태. 박한이는 이미 두 번의 FA 계약을 했던 베테랑이라 소속팀 삼성에 남는 길을 택했다. kt에서 방출된 박기혁은 2019년부터 kt 주루코치로 새 출발한다.
FA 승인 선수 15명은 21일부터 원소속팀과 해외팀을 포함한 모든 구단과 계약할 수 있다. 본격적인 협상 혹은 줄다리기가 시작된다. 올해 가장 큰 관심사는 '최대어'로 꼽히는 현역 최고 포수 양의지의 행선지와 몸값. 지난해 강민호(삼성)가 경신한 역대 포수 FA 최고액(4년 80억원)을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
대형 FA와 계약한 팀들이 모두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연합뉴스
하지만 시장 상황은 예년에 비해 위축돼 있다. 이미 "올해 외부 FA 영입은 없다"고 선언한 구단이 적지 않다. 양의지처럼 모든 구단이 탐내는 대형 FA는 오히려 몸값이 너무 높아 '오르지 못할 나무'로 여겨진다. 최근 수년간 대형 FA를 데려오느라 큰돈을 썼던 구단이라면 더 그렇다.
무엇보다 지난해 대형 FA와 계약한 LG(김현수) 삼성(강민호) 롯데(손아섭·민병헌) kt(황재균)가 모두 올해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김현수와 손아섭처럼 준수한 성적을 올린 FA도 물론 나왔지만, 몸값이 높은 선수 1명이 팀을 가을잔치에 올려놓기엔 역부족이라는 점을 보여 줬다.
오히려 수년간 외부 FA를 대거 사들이다 처음으로 전력 보강 없이 시즌을 시작한 한화가 11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기적을 일궜다. 신인 드래프트와 트레이드로 데려온 선수들이 주축을 이뤄 '5강 전력'을 유지한 넥센 역시 고액 FA의 효용성에 물음표를 붙이는 사례다. 대대적 전력 보강과 내부 육성 사이에서 구단들이 새삼 갈등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런 이유로 "내부 FA 단속에만 집중하겠다"는 방침을 공표한 구단도 나왔다. 포수 이재원과 내야수 최정을 시장에 내보낸 SK가 대표적이다. 염경엽 단장을 새 감독으로 선임한 SK는 이 두 선수를 잡기만 해도 한국시리즈 우승 전력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 이재원은 공수에서 존재감이 확실한 포수고, 최정은 팀 타선을 상징하는 간판타자다. 잔류시켜야 할 이유가 확실하다.
물론 상황은 충분히 달라질 수 있다. 내부 FA에 대한 기존 계획이 어그러진다면 새로운 대안을 찾는 것이 필수라서다. 또 FA 개장을 앞두고 소극적인 몸짓을 취하던 구단이 갑자기 '큰손'이 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올해는 롯데(양상문 감독)나 kt(이강철 감독)처럼 외부에서 새 사령탑을 '모셔 온' 팀들이 있다. 외부 FA는 구단들이 종종 준비해 온 '취임 선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