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그라운드 래퍼로 두각을 내고 아이돌그룹 블락비로 데뷔한지도 9년이 되어 간다. '터프쿠키'·'너는 나 나는 너'·'아티스트'·'소울메이트'와 같은 솔로곡과 김세정의 '꽃길', 엑스원의 '움직여' 등의 외부 참여곡으로 작사·작곡·프로듀싱 능력을 보여주며 전방위 활약을 펼쳤다. '쇼미더머니'의 히트곡 '거북선'·'오키도키'·'겁'도 모두 그가 만들었다. 크러쉬, 딘 등과 결성한 크루 팬시차일드로도 음원차트 1위에 오르는 '믿고 듣는' 파워를 입증했다. 올해 지코는 KOZ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하고 소속사 대표라는 새로운 길을 걷고 있다. 사인이 들어간 CEO 명함도 제작해 직접 소속 아티스트 발굴에 힘쓰는 중이다. 음악에 대한 애정으로 독보적 행보를 걷는 그는 "대표, 래퍼, 가수, 프로듀서 뭐든 한계를 두지 않아요"라며 다시 한 번 커리어 하이를 위한 날개를 폈다.
-데뷔 8년 만에 첫 정규앨범 'THINKING'을 냈다. "회사를 차리고 대표로 내는 첫 결과물이라 부담감도 있고 동시에 새로운 출발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기대도 컸다. 정규 단위로 파트를 쪼개 발매하니 활동 기간도 길어졌다. 장시간 팬들과 소통할 수 있어 좋다."
-다섯 트랙씩 파트를 쪼갠 이유가 있나. "음악 소비 속도가 빨라지면서 방대한 정보를 한꺼번에 전달하는 것이 맞을까 고민했다. 차근차근 긴 호흡을 가지고 내가 생각하고 느낀 것들을 전달하고자 했다. 이번 앨범엔 내가 분명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그동안 입 밖으로 내지 않은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솔직한 내면을 꺼낸 특별한 이유가 있나. "어느 순간 스스로 못 돌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확하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은연중에 느꼈다. 앨범을 관통하는 대표적인 감정은 공허함이다. 가장 기분 좋은 순간을 떠올려 봤는데 모든 순간이 직업과 연관돼 있더라. 개인적으로 좋은 일을 생각해보니 떠오르지 않았다. 그때부터 앞으로 우지호로 살아갈 날들이 걱정됐다. 그 시점부터 스스로 대화를 많이 시도했다."
-연예인의 숙명일 수 있는 루머를 언급하기도 했다. "파트1의 '극'에 다루긴 했지만, 이번 앨범엔 부정적인 이슈에 영향을 받아 만들었다고 말할 수 있는 노래는 없다. 연예계에 있으면서 겪은 이런저런 일들이 내 감정의 일부로 축적된 것은 사실이고 자연스럽게 감정을 표출했다."
-앨범이 전반적으로 어둡다. 그간의 지코와는 다른 느낌이다. "슬픈 감정을 상상한 노래도 있고 자전적인 트랙도 있다. 원래 성격이 진지한 면이 많은데 지코라는 캐릭터로서는 그런 면을 잘 보여주지 않았다. 자유분방하고 거친 모습들을 강조해왔다. 연예인으로서의 모습도 물론 나의 일부다. 솔직히 말하면 사색에 잠기거나 깊은 고민에 빠진다거나 하는 모습들을 감춰왔다. 이젠 가감 없이 보여주고 싶다. 퍼포먼스나 연기로 채워가는 것도 좋지만 내 생각을 잘 이야기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이런 작업을 처음으로 내 작품에 직접적으로 녹여내 후련한 기분이다."
-가사를 잘 쓰는 손꼽히는 가수인데, 이번 앨범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구절이 있다면. "파트1의 타이틀곡 '사람'에 나오는 '삶은 교묘한 장난을 안 멈춰/ 네가 공짜로 생명은 얻은 날부터 우선시되는 무언가에/ 늘 묻혀있지 행복은/ 화려한 꽃밭 틈에서 찾는 네 잎 클로버/'라는 구절을 좋아한다. 삶에 대해 고민이 유독 많았던 시기에 적었다. 예전에는 가사를 쓸 때 주변에서 영감을 받기도 하고 전에 써둔 메모를 찾아보기도 했는데, 이번 앨범은 그 순간의 내 생각을 그대로 옮기는 데 주력했다. 좋은 표현을 골랐다기보다 진솔하게 가사를 써내려갔다."
-회사 대표로서 새로운 마음가짐도 생겼나. "그동안은 힙합 하는 악동 면모가 많았다. 특정한 이미지가 확실히 자리 잡았다고 생각하고 그게 래퍼로서의 정체성이라 생각한다. 반면, 여러 가지 모습의 방해요소로도 작용할 수 있다. 올해부터는 회사를 만들었고 대표로서 다양한 아티스트들을 배출해야 하는 목표가 있기 때문에 나부터 다양한 이미지를 갖기로 했다."
-예술을 하는 음악가와 이성적으로 판단하는 사업가 사이의 직업적 고충은 없나. "창작 외에 부수적인 것들에 신경을 많이 써야 한다. 그렇지만 비지니스도 아트의 일환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 학습해 나가고 있다. 주변에 도움은 구하지 않았다. 누군가의 명확한 조언이 들어가면 내가 갈피를 못 잡을 것 같아서, 혼자 열중하고 집중하려고 한다."
-어떤 아티스트를 영입하고 싶은가. "모든 분야에서 출중한 실력을 갖추고 있거나 그럴 만한 잠재력이 있는 친구이길 바란다. 재능과 가능성이 있는 신예들을 발굴할 예정이다. 주변을 수소문하고 있고, 정식으로 오디션도 보고 있다. 개인적인 채널로도 여러 사람을 만나보고 있는데 확신이 드는 친구가 생긴다면 주저 없이 영입을 시도할 것이다."
-샘김 등 뮤지션 후배들이 롤모델로 삼고 있다. 협업하고 싶은 가수가 있다면. "샘김은 역량이 정말 뛰어난 친구인데 그렇게 말해줘서 고맙다. 프로듀싱 협업 제안을 해준 가수들이 있긴 한데 요즘 바빠서 못했다. 개인적으로는 청하의 노래를 만들어보면 재미있는 작업이 될 것 같다. 누군가의 롤모델이라는 말을 원동력 삼아 다방면으로 열심히 할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