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중일 삼성 감독이 심판 합의판정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닝 도중 요청 제한 시간인 30초를 넘었기 때문이다. 류 감독이 30초가 넘어서야 심판 합의판정을 요청한 이유는 무엇일까.
상황은 삼성 3회 수비에서 발생했다. 삼성 선발 윤성환은 무사 1루에서 신본기의 희생번트 타구를 잡은 뒤 앞으로 흘러갔다. 윤성환은 선행 주자를 잡기 위해 2루로 공을 뿌렸다. 유격수 김상수가 송구를 잡을 때 용덕한이 다리를 뻗어 슬라이딩을 시도했다. 접전의 상황. 김성철 2루심은 세이프를 선언했다. 그러자 김상수가 억울함을 나타냈다. 반대로 용덕한은 손으로 세이프 표시를 했다.
류중일 삼성 감독은 김한수 코치에게 원정 감독실로 가서 TV 중계의 리플레이 화면을 볼 것을 주문했다. 류 감독은 더그아웃에서 그라운드로 나서는 계단 끝까지 올라선 다음 안쪽의 신호를 기다렸다. 그러나 신호는 나오지 않았다. 방송사의 중계 화면은 계속 류 감독을 잡아 줄 뿐 리플레이 화면을 내보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평소와 다른 화면 구성이었다. 결국 류 감독은 이닝 중 요청 제한 시간인 30초가 다 된 것을 느끼고, 김성래 수석 코치와 함께 그라운드로 나섰다. 그리고 김풍기 구심에게 상황을 설명했다.
김풍기 구심은 시계를 가리키며 류 감독에게 시간이 다 됐다는 점을 주지시키는 모습이었다. 김성철 2루심의 손에는 초시계가 들려있었다. 합의 판정 요청이 가능한 30초를 재고 있던 것으로 보인다. 류 감독이 심판들을 만나 어필을 할 때 이미 30초는 지나 있었다. 류 감독은 김 구심의 말을 들은 뒤 더그아웃으로 물러났다. 김준희 대기심은 "류중일 감독이 심판 합의 판정을 요청했지만, 시간이 30초를 넘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결론적으로 류 감독이 심판 합의 판정을 요청하지 못한 건 중계 방송 리플레이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감독들은 이닝 중에는 30초의 시간이 있는 만큼 중계 방송사의 리플레이를 확인한 뒤 심판 합의 판정을 요청할 생각을 갖고 있다. 그러나 중계 방송사는 애매한 접전이나 오심 상황에는 곧바로 리플레이 화면을 보여주지 않기로 했다고 한다. 이날 롯데-삼성전을 중계한 XTM은 리플레이를 내보내지 않고, 류중일 감독의 얼굴을 계속 비췄다. 상황이 어느 정도 마무리된 뒤 리플레이 화면이 나왔다.
구단들은 심판 합의판정이 시작되자 각자 대비에 나섰다. 특히 방송사의 리플레이 화면을 빨리 보기 위한 준비를 했다. 롯데는 더그아웃 뒷편에 TV를 설치했고, 원정 감독실 TV는 새 것으로 교체했다. 그러나 방송사의 리플레이가 늦게 나온다면 구단의 대비는 소용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한국야구위원회(KBO)는 "방송사에게 평소와 똑같이 중계 방송을 할 것을 요청했다. 우리가 방송사의 리플레이 시간을 지정할 수는 없다. 구단들은 방송사의 중계 화면에 의존해서는 안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