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나선 원정길, 주축 선수들이 빠진 상황에서도 짜릿한 1-0 승리로 끝날 것 같던 경기가 순식간에 1-1 무승부로 끝났다. 후반 추가시간 3분도 모두 흘러간 상황, 통한의 실점은 이 찰나의 순간에 나왔다. 그리고 논란의 오프사이드 오심 문제도 이 순간에 제기됐다.
파울루 벤투(49)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17일(한국시간) 호주 브리즈번의 선코프스타디움에서 홈팀 호주와 원정 평가전을 치렀다. 전반전 22분 황의조(26·감바 오사카)의 선제골로 앞서가던 한국은 후반 추가시간 마시모 루옹고(26·퀸즈 파크 레인저스)에게 동점골을 내주며 1-1로 비겼다. 벤투호 출범 이후 5경기 연속 무패(2승3무) 행진이다. 손흥민(26·토트넘) 기성용(29·뉴캐슬 유나이티드)을 비롯한 주축 선수들이 대거 제외된 상황에서 거둔 성적임을 고려하면 결과는 나쁘지 않았으나 경기력과 실점 장면에서 아쉬움이 남았다.
특히 동점골을 내준 순간이 문제였다. 경기 종료를 앞두고 맞은 호주의 마지막 공격 기회, 코너킥 상황에서 애런 무이(28·허더즈필드 타운)가 올려 준 공이 수비수의 몸에 맞고 뒤로 흘러나왔다. 톰 로기치(26·셀틱)가 공을 잡고 중거리 슈팅을 시도했고 김승규(28·빗셀 고베)가 넘어지면서 어렵게 막아 냈다. 그러나 쇄도하며 달려든 마틴 보일(25·하이버니안)이 재차 슈팅으로 연결했고, 김승규가 잡으려다 놓친 공을 루옹고가 밀어넣어 극적인 동점골을 만들어 냈다.
골이 터진 순간, 한국 선수들은 일제히 부심에게 달려가 오프사이드라고 항의했다. 한국 수비 라인 뒤에 호주 선수들이 서 있는 상황이었고, 얼핏 봐선 오프사이드처럼 보일 수 있었다. 선수들의 항의에 주심이 비디오 판독 시스템(VAR)을 통해 재차 확인했지만 판정은 바뀌지 않았다. 호주의 골이 인정되면서 1-0 승리는 1-1 무승부로 바뀌었고, 경기 종료 휘슬이 울렸다. 마지막 순간에 나온 동점골 그리고 오프사이드 논란과 VAR 판정에 대중은 뜨겁게 달아올랐다. 이날 경기 주심인 이이다 준페이가 일본인이기 때문에 한국에 불리한 판정을 했다는 억측을 내놓은 네티즌도 있었다. 경기 내내 심판이 제대로 반칙을 선언하지 않았고, 특히 동점골이 나오기 직전의 경합 상황에서 나상호(22·광주 FC)가 밀려 넘어진 장면에서 파울 휘슬을 불지 않았다는 점 등을 들어 편파 판정을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주심의 판정이 정심이라는 쪽에 손을 들어 줬다. 유병섭 대한축구협회 심판강사는 "오프사이드가 아니라 정심이었다"며 "로기치가 슈팅할 때 온사이드 위치에 있던 보일이 쇄도하며 재차 슈팅했기 때문에 오프사이드가 아니다. 골을 넣은 루옹고 역시 보일이 슈팅할 때 오프사이드 위치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한국 수비진 뒤에 있던 3명의 선수들도 보일의 슈팅에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않았기 때문에 심판의 판정은 정심이라는 얘기다.
실제로 느린 화면으로 돌려 본 결과 심판의 판정은 오프사이드 오심이 아닌 명백한 정심이었다. 로기치가 슈팅하는 순간에 보일은 주세종(28·아산 무궁화)의 뒤쪽에 있었고 루옹고도 마찬가지였다. VAR까지 가동한 끝에 호주의 동점골이 인정된 이유다. 벤투 감독 역시 판정에 대한 부분을 깔끔하게 받아들였다. "이미 지나간 일에 대해 다시 말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며 판정 문제를 일축한 벤투 감독은 오히려 "아시안컵에 VAR이 도입되는 것에 대해선 의문의 여지 없이 좋다"고 말하며 VAR에 대한 신뢰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