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의지 효과'라는 평가가 줄잇는다. 정작 그는 쑥스러워하며 고개를 저었다. 공수를 겸비한 KBO 리그 최고 포수로 손꼽히는 양의지(32)도 유니폼을 바꿔 입고선 새롭게 경험하며 또 배운다.
양의지는 지난해 12월 NC와 4년 총 125억원에 계약했고, 단숨에 안방 문제를 해결한 NC는 지난해 '꼴찌팀'에서 17일 현재 2위(13승8패)에 올라 있는 '돌풍의 팀'으로 변모했다. 마침 NC가 지난 5~7일 주말 3연전에서 두산을 상대로 2015년 5월 26~28일 맞대결 이후 1410일 만에 싹쓸이 승리를 거두자 '양의지 효과'에 더욱 이목이 집중됐다.
투수, 야수 FA와 달리 포수는 포지션 특성상 팀에 끼치는 영향력이 훨씬 크다. 대형 FA 계약을 맺은 선수들 대부분은 계약 이후 첫 시즌에 부진했으나 양의지는 보란 듯이 이를 비껴갔다. 17일 현재 타율 2위(0.371)홈런 공동 3위(5개)타점 4위(17개)에 올라있다. 장타율(0.726)과 출루율(0.459)를 합한 OPS는 1.185로 독보적인 선두다. 그는 "잠실구장은 안타 생산에 포커스를 뒀다면, 창원 홈 구장은 잠실보다 규모가 작다 보니 홈런을 의식해 힘이 들어가기도 한다"면서 "덕분에 확실히 홈런은 늘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페이스라면 지난해 기록한 개인 한 시즌 최다 홈런 23개를 돌파할 가능성이 높다.
마운드 안정에 있어 양의지의 역할과 활약을 제외하고 설명할 수 없다. 투수 리드와 볼 배합 등은 기록으로 확연히 드러나지 않지만 이미 두산 시절부터 많은 감독들의 극찬을 받아온 그다. 특별한 마운드 보강이 이뤄지지 않은 가운데 지난해 팀 평균자책점(5.48) 꼴찌였던 NC는 올해 팀 평균자책점이 3.42(4위)로 크게 낮아졌다. '양의지 영입 효과'가 엿보이는 기록이다.
NC 마운드는 두산과 비교하면 젊고, 경험이 적다. 선발 투수로 호투 중인 박진우(2승, 평균자책점 2.05)와 김영규(3승, 평균자책점 2.86)를 비롯해 '필승조' 장현식과배재환, 신예 김건태·배민서 등은 1990년 이후 출생했다. 포수 입장에선 경험이 적은 투수를 이끄는 데 어려움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때문에 NC 마운드의 달라진 비결로 안방마님 양의지의 많은 경험과 노련함이 묻어나는 것 아니냐는 평가가 뒤따른다.
양의지는 고개를 가로젓는다. 그는 "젊은 선수들이 정말 잘해 주고 있어 다행이다. 그래서 순위표에서 위에 있는 것 같다"며 "그 친구들이 잘 던지고 있는데 주목은 내가 다 받는 것 같아 오히려 미안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기대 이상의 활약에 "나도 신기하다"고 흐뭇한 표정을 숨기지 않았다.
2006년 두산 입단 이후 13년 만에 처음 팀을 옮긴 양의지도 이전에 느끼지 못한 부분을 경험하고, 새롭게 배우며 성장한다. 그는 "두산은 개개인의 능력도 뛰어나 상대 타자의 약점을 공략해 이기려는 경향이 강했다"고 설명했다.
NC에서는 접근법이 다르다. 양의지는 "반면 NC에선 크게 고민하지 않고 과감하게사인을 낸다"고 밝혔다. "투수들이 잘 던지게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상대'를 생각하기 보다 '우리 선수'를 먼저 생각하는 것. 마운드에 선 젊은 투수가 자신감을 갖고 투구에 집중할 수 있도록 강점을 살린다는 의미다. 그라운드 안팎에서 젊은 투수를 '리드'하는 노하우를 쌓고 있다.
양의지는 "젊은 선수들이 기대 이상으로 잘 던지고 있다"면서도 이에 만족하지 않고 "기복이 심하지 않도록 잘 유지하도록 이끄는게 중요하고, 그게 내 역할이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