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으로선 최상의 시나리오가 만들어졌다. '토종 에이스' 이영하(23)가 군 공백 없이 선발진을 이끌게 됐다.
두산은 올 시즌 뒤 변수가 많다. 적지 않은 주전급 선수가 FA(프리에이전트)로 풀린다. 정상적으로 시즌을 소화한다면 3루수 허경민(30) 유격수 김재호(35) 2루수 최주환(32) 중견수 정수빈(30) 등이 FA 자격을 취득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토종 선발 듀오 이용찬(31)과 유희관(34)도 동시에 시장의 평가를 받는다. 자칫 선발 로테이션의 뿌리부터 흔들릴 가능성이 있었다. 그러나 한시름 덜었다. 이영하가 일찌감치 병역 문제를 해결했다.
구단 창단 기념식이 열린 지난 15일 잠실구장. 최대 화두는 이영하의 병역이었다. 행사가 모두 끝난 뒤 구단 관계자는 "최근 이영하가 사회복무요원 장기대기로 면제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군 면제는 다소 민감할 수 있는 사안이다. 그러나 적법한 절차를 밟았다. 2016년 1월 입단과 동시에 오른 팔꿈치 내측 인대 접합 수술(토미존서저리)을 받은 이영하는 그해 3월 병무청 신체검사에서 4급 판정이 나와 사회복무요원으로 대기했다.
3년 동안 복무기관에 배치되지 못했고 최종적으로 자동 면제로 처리됐다. 지난해 12월 병무청에 따르면 사회복무요원으로 판정됐으나 3년 이상 복무기관에 배치되지 못해 면제되는 인원이 올해 1만1000여명에 이른다. 복무할 기관이 수용할 수 있는 인원에 한계가 있어 발생하는 현상이다.
이영하는 오는 7월 열리는 도쿄올림픽 대표팀 승선 여부에 관심이 쏠리는 선수 중 한 명이었다. 이번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지 못하면 향후 입대 시점을 고민했어야 했다. 올림픽 병역 혜택은 일차적으로 대표팀에 뽑혀야 하고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까지 거둬야 하는 쉽지 않은 과제였다.
병역은 대한민국 남성의 의무지만 운동선수에게 2년여의 공백은 선수 생명의 단절을 의미하기도 한다. 경찰야구단이 사라져 실전 감각을 유지하면서 병역을 합법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이제 상무야구단밖에 없다. 들어가려는 경쟁은 더 치열해졌다. 그런데 단숨에 병역 문제를 해결했다.
선수는 물론 구단도 반길만한 사안이다. 데뷔 3년 차인 지난해 17승을 따낸 이영하는 리그를 대표하는 영건이다. 두산 내부적으로 2020시즌 3선발 후보다. 외국인 투수를 제외하면 팀에서 가장 강력한 공을 던진다. 군 공백 없이 활약한다면 두산의 선발 로테이션이 향후 몇 년간 안정적으로 돌아갈 여지가 충분하다. 시즌 뒤 이용찬, 유희관과의 협상에서도 좀 더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됐다. 이영하의 병역 해결이 갖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