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 상병' 이정협(상주)이 아시안컵을 겨냥한 제주 전지훈련 최종시험에서 축구대표팀의 해결사로 떠올랐다.
이정협은 21일 제주 서귀포 강창학구장에서 열린 청백전의 공격수 중 유일하게 득점포를 가동하며 울리 슈틸리케 대표팀 감독의 눈도장을 받았다.
이동국(전북)과 김신욱(울산)이 부상 중이고 박주영(알샤밥)이 부진하면서 현재 슈틸리케 감독은 대표팀 공격수를 두고 고심 중이다. 청백전은 치열한 공방전 끝에 2-2 무승부로 끝났다. 축구대표팀은 내년 1월 호주에서 열리는 아시안컵을 대비하기 위해 국내, 일본, 중국에서 뛰는 선수들을 대상으로 제주에서 전지훈련(15~21일)을 실시했다.
이날은 지난 6일간의 훈련 결과를 확인하기 위한 자체 청백전이었다. 이번 평가전은 독특했다. 지금껏 청백전은 비공개로 열리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슈틸리케 감독의 제안으로 관중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펼쳐졌다. 실제 경기와 같은 분위기 속에서 선수들에게 긴장감까지 심어주겠다는 발상의 전환이었다.
신태용 대표팀 코치가 이끄는 청용팀과 박건하 코치의 백호팀으로 나눠 경쟁의식을 부추겼고, 대한축구협회 홈페이지에에서도 자체 중계까지 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경기장 내 스카이박스에서 선수들의 움직임 하나하나를 유심히 관찰했다. 또 관중들이 모금함에 넣은 입장료는 제주 지역 불우이웃을 위한 기부금이 됐다. 대표팀이 이런 형태의 자체 청백전을 실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종시험'답게 청백전은 어려운 환경에서 진행됐다. 빗속에서 시작된 경기는 후반전에 접어들면서 진눈깨비로 변해 시야를 가렸고, 바다에서 불어오는 칼바람은 공의 속도를 늦췄다. 하지만 선수들은 호주행 티켓을 따내기 위해 사력을 다하는 모습이었다. 백호팀의 스트라이커로 나선 이정협은 전반 18분 이종호(전남)의 슈팅이 수비수를 맞고 흐르자 번개같이 달려들어 골지역 왼쪽에서 헤딩골로 연결했다.
이정협의 득점 이전까지 백호팀은 '베테랑' 차두리(서울)가 이끈 청용팀에 주도권을 내주며 밀리고 있었다. 하지만 이정협의 득점으로 경기 흐름은 단숨에 바뀌었다. 기세가 오른 백호는 전반 40분 이재성(전북)이 추가골을 넣으며 2-0으로 앞서갔다. 그러나 백호팀은 뒷심이 부족했다. 후반 20분 김은선(수원)의 자책골을 내준 데 이어 후반 31분 정기운(광운대)에 골을 내주며 무승부로 끝났다.
선제골의 주인공 이정협은 골 외에도 경기내내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수비 뒷공간을 침투하고, 등진 플레이에도 자신감을 보이며 청용팀 수비수들을 괴롭혔다. 경기가 안풀릴 때는 중원까지 내려와 패스를 받아가는 '유연함'도 보였다. 이번 전지훈련에는 이정협 외에 이종호와 강수일(제주), 이용재(나가사키), 황의조(성남)가 참가했다. 이날 5명의 공격수는 모두 그라운드를 밟았지만 이정협만 득점에 성공하며 합격점을 받았다. 이정협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부상 없이 훈련을 마무리해서 만족스럽다. (아시안컵 최종 엔트리에 발탁될 지는 모르지만) 대표팀에 다시 올 기회가 주어지면 꼭 이 자리에 돌아오려고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제주=피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