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왼손 선발 투수 이승호(20)가 첫 한국시리즈 등판에서 역투했지만, 팀 패배로 빛이 바랬다.
이승호는 23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 한국시리즈 2차전에 선발 등판해 5⅓이닝 4피안타(1피홈런) 3볼넷 2탈삼진 2실점을 기록했다. 투구 수는 88개. 팀이 5-2로 앞선 6회 1사 1·2루서 마운드를 내려가 승리 투수 요건을 갖췄지만, 팀이 9회말 5-6으로 끝내기 패배를 당해 승리 투수는 되지 못했다.
키움이 이승호를 2차전 선발로 선택한 이유가 있다. 이승호는 올 시즌 두산전 4경기에서 3승 무패, 평균자책점 2.52로 좋은 성적을 냈다. 25이닝을 던지는 동안 7점밖에 주지 않았다. 특히 잠실 두산전 2경기에선 평균자책점 1.38로 성적이 더 좋았다. 팀이 가장 큰 기대를 걸 만한 선발 투수였다.
이승호는 마운드에서 그 기대에 완벽하게 부응했다. 1회 박건우를 우익수 플라이, 정수빈을 2루수 땅볼,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를 3루수 파울플라이로 차례로 아웃시켰다. 2회는 김재환-오재일-허경민을 다시 삼자범퇴 처리했다. 김재환을 상대로는 삼진도 하나 추가했다.
2-0 리드를 안은 3회 1사 후 처음으로 주자를 내보냈다. 김재호에게 풀카운트에서 직구를 던지다 좌중간 안타를 맞았다. 하지만 김재호의 2루 도루를 직접 잡아내면서 아웃카운트를 하나 올렸고, 박세혁의 볼넷으로 이어진 2사 1루서 박건우를 우익수 플라이로 돌려 세우고 무사히 이닝을 마쳤다.
4회가 아쉬웠다. 2사 후 김재환에게 우전 안타를 내준 뒤 1차전 끝내기 안타의 주역인 다음 타자 오재일에게 풀카운트에서 5구째 몸쪽 직구(시속 141km)를 던지다 오른쪽 담장을 넘어가는 동점 2점 홈런으로 연결됐다. 맞은 순간 홈런임을 직감할 수 있는 타구. 허경민을 삼진으로 돌려 세우고 이닝을 끝냈지만, 앞선 3이닝의 호투를 지워버리는 한 방이 돼버렸다.
5회는 야수들의 도움을 받았다. 선두타자 최주환의 타구가 이승호의 몸에 맞고 굴절돼 유격수 앞으로 굴러가는 내야 안타가 됐다. 하지만 김재호의 3루수 땅볼 때 선행 주자가 2루에서 아웃됐고, 1사 1루서 박세혁의 강습 타구를 2루수 김혜성이 넘어지며 역동작으로 잡아낸 뒤 2루수-유격수-1루수로 이어지는 병살타로 연결했다.
키움 타선이 3점을 뽑아 다시 5-2로 앞선 6회 1사 후 이승호는 정수빈과 페르난데스를 연속 볼넷으로 내보내 1·2루 위기를 맞았다. 결국 키움 벤치는 투수 교체를 결정했고, 이승호에 이어 마운드에 오른 조상우가 김재환과 오재일을 연속 삼진으로 처리하면서 추가 실점 없이 임무를 완수했다.
그러나 끝내 마지막에는 웃지 못했다. 7회까지 5-2 리드를 유지하던 키움은 8회 실책이 빌미가 돼 1점을 추격당한 뒤 9회 마무리 투수 오주원이 무너지면서 3점을 내줘 이틀 연속 끝내기 역전패를 당했다. 팀을 수렁에서 구하는 듯했던 이승호의 호투도 무용지물로 돌아갔다. 이승호에게 다시 한국시리즈 선발 등판 기회가 찾아올 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