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는 불패의 상징, 하지만 상대에게는 동기부여가 될 수 있는 양날의 검. '공한증'을 대하는 한국 축구대표팀 수장 울리 슈틸리케(62) 감독의 속마음은 평온했다. 담담한 표정 속에는 상대가 어떻게 나오든 결국 '우리'가 잘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으리라는 믿음이 담겨 있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1차전 중국전(1일·서울월드컵경기장)을 앞두고 지난 31일 경기도 파주 국가대표팀 트레이닝센터(NFC)에서 공식 기자회견을 가졌다. 그는 "이번 경기를 앞두고 준비기간이 짧았다. 특히 황희찬(20·잘츠부르크) 같은 경우 30일에 합류했는데 다행히 모두 컨디션이 좋다. 마침 날씨도 무더위가 물러가 경기하기 좋은 날씨가 됐다"며 밝은 표정을 보였다. 이어 "3개월 전 열린 체코전 이후 오랜만에 다시 모여 경기를 하는 만큼 기대가 크다. 좋은 모습 보여드리고 싶다"며 중국전을 앞둔 소감을 전했다.
한국 대표팀 감독으로서 지휘봉을 잡은 만큼, 슈틸리케 감독은 최종예선 첫 상대인 중국에 대해서 누구보다 더 열심히 지켜봤다. 역대전적 30전 17승12무1패, 압도적인 우세를 기록 중인 한국에 대해 중국이 품고 있는 감정인 '공한증'도 잘 알고 있었다. "아무래도 중국에는 공한증이라는 부분이 더 자극제가 될 것"이라며 "상대전적에서 약했던 부분을 극복하려는 생각에 중국 쪽이 더 동기부여가 되지 않을까 싶다"고 내다봤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어 "최근 중국이 축구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과 역대전적에서 우리가 크게 앞서 있지만 축구라는 스포츠는 기록으로 말하는게 아니라 누가 더 나은 모습을 보이느냐에 따라 좌우된다"고 방심을 경계하는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실제로 중국은 한국전을 앞두고 '축구굴기'를 앞세워 공한증 극복에 열의를 보이는 모습이다. 중국 슈퍼리그 일정도 미루고 미리 소집해서 전지훈련을 하는가 하면 한국전을 앞두고 최종명단과 등번호도 비공개로 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중국의 철저한 준비 때문에 한국은 소집기간이 불과 3일 밖에 되지 않는 악조건 속에서 경기를 하는 상황이 됐다.
이에 대해 슈틸리케 감독은 "세계적인 선수라면 짧은 준비기간에도 악조건을 충분히 극복할 역량을 가지고 있어야한다. 우리 선수들은 항상 그런 부분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왔다"며 우려를 불식시켰다. 중국전 결과를 걱정할 만큼은 아니라는 얘기다.
오히려 슈틸리케 감독은 "중국이 어떻게 나올지 의견을 교환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우리 스스로 어떤 모습을 보일지, 우리가 준비한 걸 잘 실행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며 "아시아뿐만 아니라 세계 어디를 나가서도 마찬가지다. 그것이 곧 우리의 목표이자 나아가야할 방향"이라고 단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