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이 자랑하는 토종 에이스 이영하(22)가 부진했다. 이영하는 23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키움과의 한국시리즈(KS) 2차전에 선발 등판해 5⅓이닝 6피안타 3볼넷 5탈삼진 5실점을 기록했다. 팀이 극적인 역전승을 거둬 패전은 모면했지만, 투구 내용이 좋지 않았다.
정규시즌 29경기(선발 27경기) 중 5실점 이상을 허용한 게 네 번에 불과했다. 대량 실점을 하지 않는 안정감을 자랑했지만 KS 1차전에선 달랐다.
경기 초반 컨트롤이 흔들렸다. 1회 볼넷과 안타로 만들어진 무사 1,3루 위기에서 3번 이정후의 희생플라이 때 첫 실점했다. 1회 던진 16구 중 직구(9구)와 슬라이더(6구)의 비율이 93.8%였다. 3번 이정후 타석에서 던진 초구 포크볼을 제외하면 투 피치에 가까운 조합이었다. 2회에는 선두타자 송성문에게 3루타를 허용한 뒤 이지영을 볼넷으로 내보내 주자가 쌓였다. 곧바로 김혜성의 희생플라이가 나와 실점이 2점으로 늘어났다. 2회에도 직구(12구)와 슬라이더(7구)의 비율은 90.5%로 높았다. 포크볼을 2개 섞었지만 큰 비중은 아니었다.
첫 2이닝에 모두 실점한 이영하는 3회부터 극단적인 볼 배합을 가져갔다. 포크볼을 아예 제외했다. 직구와 슬라이더만 던졌다. 공교롭게도 3회부터 슬라이더 제구가 살아나면서 3이닝 연속 무실점으로 궤도에 올랐다. 그러나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했다. 6회 4피안타 1볼넷을 집중적으로 허용해 3점을 한 번에 헌납했다.
1사 1루에서 박병호의 1타점 2루타, 1사 1,2루에서 송성문의 적시타, 1사 1,3루에서 이지영의 적시타가 나왔다. 박병호와 송성문은 슬라이더, 이지영은 직구를 때려냈다. 6회 투구수는 24개. 이 중 직구 9개, 슬라이더 15개가 전부였다. 키움 타자로선 선택지가 적었다. 직구 아니면 슬라이더만 노리면 됐다. 3~5회를 거치면서 패턴에도 익숙해졌다. 두 번 속지 않았다.
이영하는 올해 정규시즌에서 '포 피치' 투수였다. 직구(53%)와 슬라이더(33.3%) 이외에도 포크볼의 비율이 12.2%로 낮지 않았다. 여기에 네 번째 구종으로 커브(1.4%)를 섞었다. 그는 "완벽하지 않아도 보여 주면 타자들이 (타석에서 커브에 대한 부분도) 생각하지 않을까. 카운트를 잡기 편하고 힘도 크게 들어가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키움전에선 포크볼과 커브를 보여주지 않았다. 직구와 슬라이더 단 두 가지 구종으로 상대하기엔 키움 타선의 짜임새가 견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