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는 지난달 28일 평창동계올림픽 개막 D-500일을 맞아 공식 유튜브 채널에 '아라리요(ARARI, YO) 평창'이라는 제목의 뮤직비디오를 공개했다.
걸그룹 씨스타의 멤버 효린과 개그맨 김준현 등이 출연한 이 뮤직비디오는 평창의 '해피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들이 아리랑에 맞춰 춤을 추게 된다는 내용으로 짜였다. 또 컬링 등 국가대표팀 선수들도 '카메오(Cameo·관객의 시선을 단번에 끄는 단역)'로 출연해 의미를 더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의 반응은 차갑다. 문화계에서는 "수억원의 예산을 쓴 것에 비해 스토리나 유머 코드가 엉성한 B급 작품"이라는 냉정한 평가를 내놓았다.
반면 홍보물 제작 주체인 문체부는 "애초 취지가 '외국인들을 위한 가벼운 바이럴(Viral Marketing·누리꾼이 SNS 등을 통해 자발적으로 홍보하도록 유도하는 마케팅 기법) 영상'으로, 반응이 나쁘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뮤직비디오가 공개된 뒤 지난 18일까지 약 22만명이 게시물 밑에 '좋아요' 버튼을 누르며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한 나라의 국제 대회를 홍보하는 뮤직비디오치고는 영상 편집과 줄거리 모두 부실하다는 비판 목소리도 크다. 실제로 영상물 밑에는 '작품성이 너무 떨어진다' '2020 도쿄올림픽 홍보 영상과 차이 난다'는 비난 댓글이 적지 않다.
문화평론가 정덕현씨는 "이번 평창 뮤직비디오가 가수 싸이의 'B급 코드'의 느낌을 비슷하게 살리려고 했다는 건 알겠다. 그러나 싸이의 그것과 달리 스토리와 편집, 그 안에 담긴 유머가 엉성하고 확실한 웃음 포인트가 없다. B급 코드를 세련되게 구현하지 못하면 그야말로 진짜 'B급 작품'이 된다"고 평가했다.
문체부는 여론의 날 선 시선이 적잖이 당혹스러운 눈치다.
문체부의 한 관계자는 18일 본지와 전화 통화에서 "이번 뮤직비디오는 평창동계올림픽을 알리는 메인 영상이 아니다. 외국인을 대상으로 SNS 홍보를 위해 제작된 것이다. 최근 유행하는 '스낵컬처(짧은 시간에 소비하는 문화 콘텐트)' 흐름에 맞춰 가볍게 웃자는 취지다. 실제로 '좋아요' 버튼을 누른 22만여 명 중 90%는 외국인"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해외에서는 반응이 좋은 편"이라면서 '웃자고 한 일에 죽자고 덤벼드는' 분위기를 아쉬워했다.
이와 함께 뮤직비디오의 '메인' 음악(아리랑)에 대한 적절성 여부를 두고도 말이 많다.
아리랑은 한국을 대표하는 민요로 해외에도 널리 알려져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그런데 '친숙하다'는 의견과 '식상하다'는 의견이 대립하고 있다. 오랜 시간 공들여 개최하는 굵직한 국제 대회니만큼 평창을 온전히 담을 수 있는 음악을 선택했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정 평론가는 "음악이 적절한지 여부도 모르겠을뿐더러 이 영상이 아리랑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것 같지 않다. 시너지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체부는 올해 초 '라우드픽스'라는 업체로부터 제안서를 받고 내부 검토 끝에 뮤직비디오를 제작했다. 다수의 연예인이 동원돼 평창 일대에서 촬영이 이뤄졌고, 음악 편곡 작업이 포함되면서 2억7000만원의 제작비를 썼다.
문화계에서는 이를 두고 "제값을 못 하는 작품"이라고 평가 절하했다.
문체부 측은 "주어진 예산으로 최대한 좋은 뮤직비디오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항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