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는 5월 2일 현재 11승 13패, 10개 구단 중 8위 성적으로 처져 있다.
시즌 초반 부진은 삼성에게 낯설지 않다. 2012년 5월 2일엔 7승 11패로 5할 승률에서 –4승이었다. 여기에 삼성은 지난 겨울 리그 최고 2루수와 3루수를 잃었다.
해외원정 도박 사건에 연루된 선수 중 윤성환은 호투하고 있다. 하지만 임창용은 이미 팀을 떠났고, 안지만의 직구 구속은 현저하게 낮아졌다. 여기에 차우찬, 장원삼, 박한이 등 주전 선수들이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렸다. 외국인 선수 전력도 지난해만 못하다.
고전할 이유가 있고, 아직 시즌 초반이다. 하지만 다른 구단이 아닌 삼성이라면, 외부에선 다른 말이 나오게 된다.
모든 구성원이 늘 화합하는 조직은 없다. 포지션 경쟁에 민감한 프로야구 선수단에선 더욱 그렇다. 삼성에도 친소관계에 따라 선수 그룹이 나뉘어져 있다. 그럼에도 지난해까지 삼성은 위기일수록 뭉치는 팀이었다. 한 프로야구 관계자에게 “그래서 삼성이 강한 팀 아닐까”라고 하니, 그는 이렇게 받았다. “메리트의 힘이었지.”
메리트는 연봉계약서에 포함되지 않는 보너스다. 삼성의 ‘메리트’는 프로야구 역사에서 유명했다.
1994년 이전의 일이다. 해태와 삼성의 경기 도중 삼성의 한 타자가 해태 포수에게 “공 하나 맞혀달라”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출루에 메리트가 걸려 있었고, 안타를 치고 나갈 자신은 없었다.
승부와 크게 상관없는 상황, 포수는 약간은 왜곡된 ‘동업자 정신’을 발휘해 타자의 소원을 들어줬다. 그리고 삼성 타자의 몸맞는공에 걸린 메리트 금액을 나중에 알게 된 이 포수는 “나, 야구 안 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고 한다. 뒷날 이렇게 회상했다. “우리 팀 한국시리즈 우승 배당금보다 더 많았다.” 약간의 과장은 있었을 것이다.
2000년대 후반, 부산 출신의 한 삼성 선수는 고향 원정을 오면 사직구장 트레이닝룸에서 자주 시간을 보냈다. 메이저리그에선 금기지만 KBO리그에선 용인되는 관행이다. 그리고 은근슬쩍 “너희 구단은 얼마 주냐”며 롯데 선수들의 속을 긁었다. 삼성이 원정을 오면 부산 시내 5만원권이 동난다는 농담이 있었다.
2015년 제일기획으로의 이관이 결정된 뒤 삼성 구단이 “올해가 마지막”이라며 통크게 메리트를 풀었다는 건 정설이다. 지난해 9월 삼성은 2위 NC와의 원정 2연전을 싹쓸이하며 승차를 3.5게임으로 늘리는 데 성공했다.
두 경기에 걸린 메리트 액수는 억대가 넘어갔다. 한 수도권 프로야구 팀 감독은 “설마 그 정도일려고”라고 반신반의했다. 한 경기에 억대였는지, 두 경기 합쳐 억대였는지에 대해선 설이 분분하다.
하지만 정확한 금액은 공개될 수 없다. 메리트 지급은 야구규약에서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KBO는 올해 1월 이사회에서 규약을 위반한 메리트 지급에 대해 구단이 원천징수 영수증 등 관련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위반이 확인될 때 제재금 10억원, 신고자 포상금 10억원이 적용된다. 4월 20일에는 규약 위반 조사를 담당할 조사위원회를 구성했다. 위원회에는 전직 부장 검사, 지능범죄조사 팀장 등 검경 관계자도 포함돼 있다.
선수 입장에선 불만이다. “선수협회는 뭘 하느냐”는 볼멘소리도 나왔다. 당장 혜택이 줄어든다는 데 좋아할 사람은 없다. 일반적인 노사 관계에선 기존 혜택을 사측이 일방적으로 중단하면 문제가 생긴다.
여기에 KBO리그는 구단들이 임의로 정한 규약이 합의 당사자가 아닌 선수를 구속한다. 반면 메이저리그에선 선수 신분이나 처우에 관한 내용 변경은 노사협약 대상이다.
하지만 프로스포츠는 공정함을 추구해야 한다. 스포츠에서 도핑을 강력하게 규제하는 이유는 선수의 건강 뿐 아니라 공정한 경쟁을 죽이기 때문이다. 메리트 지급은 본질적으로 도핑과 다를 바 없다.
삼성은 지난 5년 동안 페넌트레이스에서 모두 우승했고, 한국시리즈 트로피도 네 번 들어올렸다. 프로야구사에 남을 위대한 업적이 메리트 때문이었다고 폄하하는 건 부당하다. 그들은 우승할 자격이 있는 팀이었다. 올해도 삼성은 여전히 경쟁력이 있는 팀이다. 명문 삼성의 자존심은 과거와 지난해 메리트에 걸렸던 금액, 그 이상이다.
P/S. 삼성 구단은 3일 지난해 메리트 지급에 대해 "우리는 통상적인 것 외에 크게 거는 팀이 아니었다"는 입장을 전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