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영화 '채비(조영준 감독)' 개봉 기념 인터뷰에서 고두심은 그간 영화에서 자주 볼 수 없었던 이유를 묻자 "대형 스크린에 머리 끝부터 발 끝까지 담긴다는 것이 공포스러웠다"고 운을 뗐다.
"그 공포스러움이 가장 컸다"고 강조한 고두심은 함께 인터뷰에 응한 김성균을 가리키며 "이 친구는 영화를 많이 찍어서 알겠지만 영화를 찍으면 집을 비우는 시간이 많다. 지방에 나가 촬영하는 경우가 많아서 한 달 두 달 보따리 싸서 가는 자체가 싫었다"고 토로했다.
고두심은 "집에 있는 것이 너무 좋은데, 방송국만 얼른 갔다 오면 되는데 영화를 찍으면 한 달 두 달 가 있어야 하니까 그 자체가 싫더라. 그러다 보니까 기피하게 되고 영화적인 무서움이 생겼다. 그래서 기피했던 것도 사실이다"고 전했다.
이어 "여러가지 복합적인 되먹지 못한 생각을 했다. 그런 졸렬한 생각 때문에 많이 못하게 됐다"며 "이제는 나이가 들어 버려서 사실 쓸모가 없어진 것이다. 말하자면 그렇다. 그래서 TV만 열심히 많이 했다"고 설명했다.
또 "TV만 하면서는 해갈이 안 되서 연극 무대에는 2~3년 만에 한 번씩 꼭 서는 버릇을 가졌다. 그건 좋은 사람들끼리 모여서 리딩하고 깔깔 웃고 또 작품에 대해 서로 논하면 끝이니까"라며 "나는 성격적으로 그런 것이 맞는 것 같다. 글로벌한 것 보다도 조근조근 모여 정을 나누는 시간이 좋다. 요즘은 통 영화 하자는 사람이 없더라"고 털어놔 웃음을 자아냈다.
'채비'는 30년 내공의 프로 사고뭉치 인규를 24시간 케어하는 프로 잔소리꾼 엄마 애순 씨가 이별의 순간을 앞두고 홀로 남을 아들을 위해 특별한 체크 리스트를 채워가는 과정을 그린 휴먼 드라마다. 11월 9일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