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이하 ACL) 우라와 레즈(일본)와 '미니 한일전'을 앞둔 포항 스틸러스의 각오가 남다르다. 포항은 3일 일본 사이타마의 사이타마 스타디움 2002에서 ACL 조별 리그 H조 최종전 경기를 앞두고 있다. 이미 1승1무3패(승점 4점)로 조별 리그 탈락이 확정된 포항으로서는 사실 큰 의미 없는 경기다.
그러나 최진철(45) 감독은 필승을 다짐했다. 16강 진출의 꿈은 이미 물건너 갔지만 반드시 이겨야하는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포항은 시즌 시작 전부터 삐걱였다. 전임 황선홍(48) 감독과 결별한 뒤 새 감독을 찾는 과정에서 시간이 지체됐고 주축 선수들은 연달아 이적했다. 설상가상으로 시즌이 시작하자마자 손준호(24)가 부상으로 시즌 아웃되는 등 악재가 겹쳤다.
리그 순위는 10위(현재 8위)까지 곤두박질쳤고 2년 만에 복귀한 ACL에서는 조별 리그 탈락의 수모를 겪었다. 팀 안팎으로 여러모로 분위기가 좋지 않은 상황이 계속되면서 초보 사령탑 최 감독의 얼굴은 눈에 띄게 핼쑥해졌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분위기 반전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이다. 포항은 지난 달 30일 포항스틸야드에서 열린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6' 8라운드서 제주 유나이티드를 1-0으로 꺾고 최근 7경기 연속 무승(2무5패)의 사슬을 끊었다.
올 시즌 안방에서 거둔 첫 승리였다. 100% 만족스러운 경기력은 아니었지만 최 감독은 "경기력보다 분위기 반전을 위해 승리를 가져가야 한다는 공통된 생각이 있었다"며 승리가 갖는 의미에 무게를 실었다.
우라와전에서 반드시 승리해야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ACL은 끝났지만 리그는 앞으로도 계속되는 만큼 팀의 침체된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승리가 필요한 상황이다.
우라와전에서 승리할 경우 올 시즌 첫 연승으로 상승세에 한결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우라와전은 포항이 상승세를 만들어갈 수 있느냐 없느냐의 기로인 셈이다.
또 하나의 이유는 최 감독의 말 속에서 찾아볼 수 있다. 지난 조별 리그 5차전 광저우와 경기가 끝난 뒤 최 감독은 "6차전 원정 승리를 위해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상대가 일본팀이라는 사실을 고려해야 한다는 이유였다.
가위바위보도 져서는 안된다는 한일전인 만큼 조별 리그 탈락 여부와 관계 없이 우라와전에서 반드시 승리하겠다는 굳은 각오다. 포항은 앞서 열린 우라와전 홈 경기서는 손준호의 페널티킥 결승골에 힘입어 1-0 승리를 거둔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