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미인도(08)' '모던보이(08)'로 대중에게 얼굴을 알린 김남길은 MBC 사극 '선덕여왕'에서 고현정(미실)의 아들 비담 역을 맡아 독보적인 존재감을 발휘했다. 이후 드라마 '나쁜남자(10)' '상어(12)' 등에서 진중하고 고독한 남자 역을 완벽하게 소화하며 자신만의 확실한 이미지를 구축했다. 연기력과 흥행성을 인정받으며 탄탄대로를 걷는 듯 보였지만 그는 항상 자신의 연기에 대해 갈증을 느꼈다. 무겁지만 편안하고, 가볍지만 쉬워보이지 않는 연기에 대한 갈망이었다. 그런 그가 '해적: 바다로 간 산적(8월 6일 개봉, 이석훈 감독)으로 갈증을 해소했다. 전설의 산적단 두목이지만 허당기 가득한 장사정 역을 맡아 이전에는 보여주지 않았던 코믹 연기를 펼쳤다. 최근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남길은 "딜레마에 빠져 연기를 그만 둘 생각까지 했었다"며 자신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털어놨다. "딜레마를 겪고 이제야 조금 연기에 대해 알 것 같다"고 말하는 그에게서 배우로서의 고뇌가 고스란히 느껴졌다.
-출연배우로서 '해적'을 본 소감이 어떤가. "시나리오를 정말 재미있게 읽었었다. 하지만 고래같은 것들을 어떻게 화면에 구현해 낼 수 있을까 걱정을 많이 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다행히 화면에 잘 녹여낸 것 같다. 시나리오에서 보았던 것들이 화면으로 구현됐을 때 주는 쾌감이 있더라."
-손예진과 두 번째로 호흡을 맞췄다. 첫번째 호흡을 맞췄을 때랑 달라진 점은. "처음 호흡을 맞췄을때보다 확실히 편하다. 편하고 익숙하다보니 연기할 때도 수월했다. 그런 모습이 화면에도 잘 묻어난 것 같다. 여배우들과 함께 연기할 때 그들을 배려하려고 많이 노력하는 편인데, 예진이가 워낙 털털해서 나도 편하게 할 수 있었다."
-이전 작품에서는 무겁고 진지한 역을 주로 했다. "무겁고 힘이 들어가는 작품을 주로 했다. 솔직히, 무거운 느낌을 보여줬던 전작 드라마 '상어'에서 내 연기는 실패했다. 지나치게 힘이 많이 들어가 있더라. 그래서 힘을 빼고 연기할 수 있는 작품을 찾던 와중에 '해적'을 만나게 됐다. 사실 '해적'을 촬영하면서도 정말 힘들었다. 가볍고 편하게 해야하는 코믹 연기에서도 힘이 들어가더라. 자연스럽게 연기도 어색해졌다. '연기를 그만 둬야하나' 진지하게 고민도 했었다."
-당시 딜레마를 어떻게 극복했나. "선배들과 많은 대화를 나눴다. 이번 영화에서도 (유)해진이형, (김)원해형 등으로부터 좋은 에너지를 정말 많이 받았다. 형들한테 받은 긍정적인 에너지를 연기로 보여드리고 싶다. 이제야 연기라는 걸 조금씩 알아가고 있는 느낌이다."
-김남길 특유의 무겁고 진중한 연기를 그리워하는 팬들도 있을 것 같은데. "그런 모습은 다음 작품인 '무뢰한'에서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다. '해적' 이전에 보여드렸던 무거운 이미지이긴 하지만, 한층 힘이 빠진, 더욱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실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