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말은 많아 보였지만 포항 황선홍 감독은 꾹 참는 듯 했다. 그는 "핑계 대고 싶은 생각은 없다. 패배에 대한 책임은 감독이 지는 것이 맞다”며 말을 아꼈다.
황 감독의 아시아 제패 꿈이 아쉽게 멈췄다.
포항은 27일 FC서울과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 원정에서 승부차기 끝에 무릎을 꿇었다.
포항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외국인 선수가 없다. 키플레이어 이명주가 지난 6월 중동으로 이적해 공백이 생겼다. 최근 3일 간격으로 연이어 벌어진 경기에 체력도 바닥이었다. 포항은 예상대로 수비 위주의 전술을 들고 나왔다. 강한 압박과 터프한 플레이로 전후반과 연장을 득점없이 마쳤다. 일단 서울에 실점하지 않겠다는 황 감독의 작전은 맞아 들어갔다. 그러나 승부차기에서 서울 골키퍼 유상훈의 신들린 3연속 선방에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경기 후 공식 기자회견에서 이명주의 공백, 팀이 계속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 데도 스쿼드는 엷어지는 이상 현상에 대해 황 감독에게 질문이 집중됐다.
그러나 황 감독은 "핑계 대고 싶은 생각은 없다. 패배는 감독이 책임져야 한다. 이명주가 나가면서 이런 상황이 생길 거라는 것은 구단이나 저나 충분히 예상했던 부분이다"고 딱 잘랐다. "사실 이명주가 나가고 공격진들의 엷기 때문에 서울과 공격적으로 맞붙는 축구를 운영하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내 생각만 갖고 선수들을 푸쉬할 수는 없었다. 냉정하게 판단해야 했다. 잘 받아들여서 더 많은 준비를 통해 재도전하겠다"고 내년을 기약했다.
황 감독은 한 마디 여운은 남겼다. 그는 "우리 선수들과 코칭스태프는 혼신의 힘을 다했다. 지금 자원 안에서 정말 뭔가를 해보려고 노력해서 후회는 없다"면서도 "이 시점에서 생각해야 할 것은 더 높은 목표로 가기 위해서는 팀 내적으로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지 않나하는 생각이다"고 의미심장한 말을 던졌다.
황 감독이 언급한 노력이라는 단어의 속뜻이 궁금하다.
액면 그대로 창의적이고 조직적인 축구를 위해 선수단 차원에서 더 많은 훈련이 필요하다는 뜻일까. 아니면 구단에 던지는 메시지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