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유나이티드는 이임생(43) 홈 유나이티드(싱가포르) 전 감독에게 내년 시즌 지휘봉을 새로 맡긴다고 21일 공식 발표했다.
이에 앞서 인천은 계약 기간이 1년 남은 김봉길(48) 전 감독의 해임을 19일 전격 발표했다. 구단이 감독과 헤어질 때 보통 쓰는 '자진 사퇴' 형태가 아니었고 해임 보도자료가 오후 늦은 시간 갑자기 배포돼 설왕설래가 많았다. 일부에서는 "구단이 예의도 없이 감독을 경질했다"고 비난했다. 김 전 감독도 몇몇 언론을 통해 "전화로 해임 통보를 받았다" "어이가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렇다면 인천은 정말 김 전 감독을 헌신짝버리듯 내친 것일까.
◇사령탑 교체 예전부터 논의
인천은 사령탑 교체를 시즌 말부터 고민했다. 시즌 후에는 이 문제를 두고 김 전 감독과 수 차례 만나 논의 했고 물러나는 쪽으로 어느 정도 합의까지 마쳤다. 또한 구단은 김 전 감독과 1년 더 갈 수 없다는 결정을 내린 후에는 조심스레 대안도 물색했다. 수원에서 트레이너와 코치, 수석코치를 지내며 두 차례 정규리그 우승을 이끌었고 싱가포르 홈 유나이티드를 5년 동안 지휘하며 FA컵 우승과 정규리그 준우승을 두 차례씩 일군 이임생 감독도 강력한 후보였다. 구단은 내년 준비를 위해 새 사령탑 선임을 계속 미룰 수 없었지만 김 전 감독은 요지부동이었다. 결국 해임 통보라는 최후의 카드를 빼들었다. 인천 소식통은 "사실은 12월 중순 김 전 감독이 구단 의사를 받아들여 사퇴하기로 했다. 잔여 연봉도 큰 틀에서 협의했는데 김 전 감독이 수용할 수 없다는 쪽으로 갑자기 태도가 바뀌었다. 이 때문에 해임 통보부터 새 감독 선임까지 모든 과정이 다 늦어졌다"고 귀띔했다
◇왜 해임 강수 뒀나
인천은 김 전 감독을 해임했으니 잔여 연봉을 지급해야 한다. 현재 선수단 급여 일부를 주지 못해 재정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구단이 해임이라는 강수까지 둬야 했던 이유를 두고 인천 관계자는 "팀이 살기 위해서다"고 답했다. 인천은 작년 도·시민 구단으로는 유일하게 상위 그룹에 남았다. 그러나 올해는 정규라운드 33경기에서 8승13무12패에 그치며 하위 그룹으로 떨어졌다. 하위그룹 팀과 5차례 맞대결에서는 고작 2골만 넣으며 3무2패에 그쳤다. 이 관계자는 "작년 상위 그룹 진입 등의 공은 인정한다. 하지만 이대로면 내년에도 올해와 달라질 것이 없다. 감독님과 이 부분을 놓고 여러 차례 대화했지만 바뀌기 힘들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외국인 선수 영입 실패도 큰 원인 중 하나다. 구단은 김 전 감독이 강력히 원한 주앙파울로와 니콜리치 등을 적지 않은 돈을 주고 데려왔지만 결과적으로 악수였다.
◇인천이 이임생과 그릴 미래는
인천은 이임생 신임 감독 선임으로 다른 미래를 그리고 있다. 인천 측은 "벌어들이는 돈보다 쓰는 돈이 많아서 여러 문제가 생겼다. 이제 버는 만큼 쓰겠다는 것이 기본 방침이다"고 강조했다. 인천은 이 신임 감독에게도 구단이 처한 상황과 향후 운영 방침 등을 설명했다. 사실 싱가포르에서 사령탑 중 최고 대우를 받으며 지도력을 인정 받은 이 신임 감독에게도 인천행은 모험에 가깝다. 밑바닥에서 시작해 팀을 재건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이다. 그러나 이 신임 감독은 고향 팀을 이끌고 한국 무대에서 검증받겠다는 의지를 갖고 수락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