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잠자리에 누우면 이런저런 생각들로 쉬이 잠이 들지 못하고 한 두시간은 그냥 보낸다. 평소에 멍 때리는 시간이 늘었고, 아무리 맛있는 음식을 먹어도 큰 감흥이 없다. 불안한 마음에 계속 핸드폰을 만지작거리게 되고, 주위에서 하는 말 한마디에도 감정이 크게 동요된다.
요즘 두산 오재원(29)에게 나타나고 있는 증상들이다. 오재원은 "요즘 하루하루가 아시안게임으로 시작해서 아시안게임으로 끝이 난다"고 울상을 지었다. 오는 28일 인천 아시안게임 대표팀 최종엔트리 발표를 앞두고 초조한 마음을 감출 길이 없는 것이다. 그는 "사람들의 안부 인사가 다들 아시안게임이다. 생각을 안 하려고 해도 안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오재원은 지난 14일 발표한 37명의 2차 예비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시즌 초부터 오재원에게 이런 증상이 나타났던 것은 아니다. 그는 "개막전때 홈런을 치고 '야, 이거 뭔가 올해 잘 되려나 보다' 기대를 했는데, 이후 몸에 담이 걸려서 정말 많이 고생했다. 4월달에 성적이 주춤하면서 아버지 어머니한테 '저는 대표팀은 힘들겠다. 올해 잘하고 내년에 군대 갈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그때는 진짜 체념했었다"면서 "근데, 5월에 들어 정말 무섭게 방망이가 돌아가더니 성적도 상당히 좋아졌다. 스스로 자신감이 생기더라. 캠프때 올 시즌 준비를 나름 열심히 잘 해뒀는데, 그게 빛을 보는구나 싶었다"고 전했다. 실제로 오재원은 5월에만 무려 4할(0.416)을 몰아치는 타격 능력을 뽐냈다. 시즌 성적은 4홈런 26타점·타율 0.342.
오는 9월에 열리는 아시안게임이 오재원에게 시즌을 잘 치르는 큰 동기부여가 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의 밑바탕에는 결코 평범하지 않은 그만의 노력이 있었다. 구단 관계자는 "오재원은 정말 무섭게 훈련을 한다. 훈련 전후로 특타도 하고, 운동도 상당히 열심히 한다. 노력으로 치면 팀이 아니라 리그에서 손가락 안에 들 것"이라고 귀띔했다.
오재원은 "올해 타격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했다. 이제껏 내가 다른 선수들과 비교해 안타를 많이 못 치는 것이 하드웨어가 부족해서라고 생각해 웨이트를 통해 힘을 기르는데만 열중했었는데, 안타를 정말 잘 치는 이용규·정근우(이상 한화)·박용택(LG) 선배님이랑 손아섭(롯데)을 보면서 연구를 해보니까, 나는 기술적인 부분에 문제가 있었다"면서 "타격 기술을 내 장점을 살릴 수 있도록 교정하고 꾸준히 연습을 하다 보니 성적도 좋아졌다. 이제 타격에 눈을 뜬것 같다"고 말했다.
최종 엔트리 발표까지 그가 자신의 능력을 뽐낼 수 있는 시간은 24일 잠실 SK전 뿐이다. 두산이 25일부터 나흘간의 휴식기에 돌입하기 때문이다. 그는 "23·24일의 우천취소가 정말 안타깝다"고 했다. 프로 데뷔(2007년) 후 단 한 번도 대표팀 유니폼을 입은 적이 없었던 그이기에 이번 기회는 더욱 간절하다.
경쟁력은 충분하다. 오재원은 공격과 수비 모두 수준급의 실력을 자랑한다. 발도 빠르고 작전 수행 능력도 뛰어나 다른 선수들과 비교해 활용도가 높다. 송일수 두산 감독은 "오재원은 유격수 자리를 제외하고, 내야 전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다. 팀에서 필요하다면 외야까지 뛸 수 있을 정도로 센스가 뛰어난 선수"라면서 "지금처럼만 해준다면 아시안게임 대표팀 승선도 문제 없지 않겠냐"고 자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