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 박민우(21)는 평생 잊지 못할 한 해를 보냈다. 프로 2년차인 그는 올 시즌 팀의 톱타자로 뛰며 118경기에 나서 40타점·타율 0.298, 50도루를 기록했다. 주전 2루수에 걸맞은 수비력도 선보였다. 그는 조상우(넥센)와 박해민(삼성)을 제치고 당당히 신인왕을 거머쥐었다. 박민우는 신인상을 수상한 뒤 기쁜 마음에 울먹이기도 했다.
마음고생도 있었다. 박민우는 프로 입단 첫 해인 지난 시즌 김경문 NC 감독의 믿음으로 개막전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지만, 실책을 남발한 뒤 2군행을 통보받았다. 이후 마음 잡을 길이 없어 심리적인 방황을 했던 것도 사실이다. 다시 마음을 다잡은 것은 스스로의 다그침이었다. 박민우는 "주변에서 설렁설렁한다는 평가를 많이 했는데, 내가 바뀌지 않으면 그것이 꼬리표처럼 계속 따라다닐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2014시즌을 앞두고 겨우내 담금질에 힘을 쏟은 박민우는 확실히 달라져 있었다. 주변에서는 그에게 "눈빛부터 달라졌다"는 얘기를 했다. 그라운드 위에서 그는 작년과 비교도 안될 만큼 안정된 수비력과 날카로운 공격력을 자랑했다. 가장 빛난 것은 특유의 빠른 발이었다. 박민우는 상대의 허를 찌르는 도루로 내야를 뒤흔들었다. 도루왕 김상수(삼성)와는 불과 3개 뒤진 2위다.
올해가 다 좋았던 것은 아니다. 박민우에게 포스트시즌은 '아쉬움'으로 남아있다. 생애 첫 가을잔치 무대인 LG와의 준플레이오프에서 13타수1안타(0,077)로 침묵했고, 2차전에선 내야 뜬공을 놓치는 결정적인 실책을 저질렀다. 박민우는 "아직도 포스트시즌의 아쉬움을 떨쳐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그에게는 좋은 성장의 밑거름이 될 것이다.
정수근 베이스볼긱 위원이 실패 속 성장이 아름다운 박민우와 인터뷰를 통해 그의 한 해를 돌아봤다. 정수근 위원은 "훗날 박민우는 국내 야구판에 대형 스타가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정수근 베이스볼긱 위원(이하 정)="올 시즌 성적에 만족하나."
박민우(이하 박)="프로에 들어와 스스로 '최고의 성적을 내더라도 항상 만족은 하지 말자'라고 생각했습니다. 지금도 만족은 안합니다."
정="타율에서 아쉽다. 3할에서 조금 부족한데."
박="시즌 후반에 방망이가 많이 안 맞았어요. 저는 못 느꼈는데, 주위에서는 체력적으로 힘들어해서 그런지 타이밍이 늦은 모습을 보였다고 하더라고요. 매일 같은 컨디션을 유지한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던 것 같아요. 내년에 보완할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정="올해 도루 50개를 성공했는데, 10번 실패했다. 도루 1위가 김상수와 3개밖에 차이가 안났다."
박="타격이 안 맞다 보니까 출루를 많이 못하고, 시도할 수 있는 기회가 줄었어요. 전반기에 30개 정도 했어요. 원래 시즌 전에는 40개로 잡았거든요, 근데 전반기 끝나고 나니까 50개까지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죠."
정="야구는 언제 시작한 거야?"
박="초등학교 3학년 때 시작했어요. 딱히 야구를 좋아했던 것은 아니고 운동은 다 좋아했는데, 아버지가 야구를 워낙 좋아하셨거든요. 아버지가 나중에 사회인 야구팀 창단 단장으로 하셨는데, 그러다가 자연스럽게 야구에 입문했어요. 사실 초등학교 때에는 야구를 잘했는데, 중학교 가서는 못했죠. 중학교 때에는 야구를 하는 날보다 다치는 일이 많아서 쉬고 치료하는 시간이 더 많았거든요. 고등학교 때에는 그냥 평범하게 했습니다."
정="평범했는데, 1라운드 지명이야?"
박="아무래도 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 신생팀이기 때문에 더 매력이 있었죠."
정="야구 하면서 힘든 적은 없었어? 그만 두고 싶었던 순간도 있었을 것 같은데."
박="고등학교 1학년 때 수술을 했어요. 그때 재활하면서 정말 힘들었죠. 끝이 보이지 않는 느낌이었거든요. 근데 야구를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은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요. 처음 야구 시작하고 나서 몇 개월 후에 야구에 빠지면서 항상 프로 선수의 꿈을 키웠어요. 그때부터는 계속 야구에 매달렸죠."
정=외모도 좋은데, 야구 안 했으면 뭐 했을 것 같아."
박="역사 선생님이요.(웃음) 공부를 잘하는 편은 아닌데, 중·고등학교 때 역사 수업을 굉장히 재미있게 들었어요. 야구를 안했으면 역사 선생님 했을 거에요. 드라마도 사극을 주로 보거든요.(웃음)"
정="독특하네. 역사적으로 좋아하는 인물은 누구야."
박="을지문덕 장군이요. 살수대첩 부분이 굉장히 감명 깊고 아직까지 머릿 속에 남아 있어요. 그 당시에 그런 전략을 어떻게 썼는지 궁금해요."
정="NC 지명 당시 어떤 기분이었나."
박="제 이름이 언제 불릴까 긴장하고 있었어요. 불리는 순간에는 좋으면서도 상당히 얼떨떨했어요. 신생팀이기 때문에 기회는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죠."
정="프로 선수라면 누구나 받고 싶어하는 신인왕을 수상했는데. 한 번밖에 받을 수 없는 상이라 더 뜻깊을 것 같다."
박="진짜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기분이 좋아요. 이름이 불리고 올라가 상을 받을 때 덤덤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입이 떨리고 말이 잘 안나오더라고요. 저도 모르게 울먹였어요. 가족들은 저보다 더 좋아하시고, 다음날 구단에 가니까 다들 축하해 주시더라고요. 감사한 마음이었죠."
정="신인왕을 받을 것이라는 상상을 해본 적이 있나."
박="받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정말 받게 될 것이라는 확신은 반반이었죠. 근데 올 시즌 초반부터 신인왕 기사도 나오고 하니까 받으면 좋겠다, 뭔가 잘하면 받을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시즌 시작부터 신인왕을 목표로 뛰었던 것은 맞습니다."
정="여자친구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상형은 어떻게 되나"
박="진세연을 옛날부터 좋아했어요. 기회가 된다면 꼭 한 번 만나고 싶습니다.(웃음)"
정="이번 연말에 각종 시상식에서 신인왕을 수상하면 상금을 받을 텐데. 어디에다 쓸 계획인가."
박="돈 관리는 전부 어머님이 하시기 때문에 상금도 어머님이 받으실 것 같아요. 쓸 방향에 대해서는 부모님과 상의해 봐야죠."
정="2013년에는 두각을 드러내지 못하다가 올해는 주전급 활약을 펼쳤다. 작년의 실패를 올해 깨우친 건가."
박="작년에 감독님이 개막전에 기회를 주셨는데, 제가 긴장을 하면서 실책도 많이 했거든요. 결국 2군으로 내려갔죠. 2군에 내려가서도 한 달 동안은 멘붕(멘탈붕괴) 상태라 아무 것도 못했어요. 그게 한두 달 지나다 보니까 괜찮아지더라고요. 그러면서도 자책을 많이 했어요. 무책임하지만, 2013년에는 시간이 지나면 지나가나 보나 했어요. 그러다가 작년 9월에 일본 교육리그에 가서 마음을 달리 먹었죠. 고등학교 때부터 굉장히 열심히 했는데, 주위에서 설렁설렁 한다는 말을 많이 들어서 제가 변하지 않으면 계속해서 이런 평가가 뒤따르겠다 싶더라고요. 그래서 스프링캠프에 가서 직접 수비코치님에게 아침에 특별훈련을 하고 싶다고 말씀드려서 캠프 끝날 때까지 더 많은 훈련을 했어요. 그게 올해 도움이 많이 됐어요."
정="도루왕 타이틀에 대해서도 욕심을 가질 만하다."
박="자신이 있다기보다 해야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사실 도루왕 타이틀에는 욕심이 없어요. 타이틀보다는 개수를 정해놓고 뛰려고 하는데, 내년 시즌에는 50개를 목표로 해서 꾸준하게 뛰고 싶어요. 타이틀보다는 그게 더 값질 것 같아요."
정="도루를 하는 데 요령이 있나."
박="스피드는 가장 기본적인 것이고, 눈이 좋아야 한다는 생각을 해요. 순간적으로 다른 사람이 캐치하지 못하는 부분을 캐치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그래야 더 잘할 수 있는 것 같아요. 근데 아쉽게도 저는 그다지 뛰어나지는 않은 것 같아요."
정="신인왕을 수상하는 데 도루가 큰 영향을 미친 것 같다. 도움을 가장 많이 받은 사람은 누구인가."
박="전준호 코치님과 이광길 코치님께 감사드려요. 진짜 많이 배웠거든요. 전준호 코치님은 제가 뛰어야 하는 타이밍과 뛰지 말아야 하는 타이밍에 대해 정확히 짚어주세요. 시즌 내내 도움이 많이 됐죠."
정="올해 첫 포스트시즌을 치렀는데, 아쉬움이 많이 남을 것 같다."
박="사실 아직까지 포스트시즌 때 짊어진 마음의 짐을 떨쳐내지 못했어요. 제가 실책을 한 부분보다는 번트 상황에서 실패를 한다든지 팀 플레이를 제대로 못한 게 아쉬워요. 기본적으로 할 수 있었는데 못한 것이 안타까운 것이죠. 시즌 때와 비교해 너무 못했어요. 중요한 경기인데 안풀리다 보니까 생각도 많아지면서 긴장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정="포털 사이트에 박민우를 검색하면 연예인 박민우가 먼저 나온다."
박="그거 승부욕이 발동돼요. 제 이름 많이 검색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내년에는 제 이름이 먼저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정="선수로서의 목표와 포부는 어떻게 되나."
박=""손시헌(NC) 선배를 굉장히 존경하고 우상으로 삼고 있어요. 옆에서 함께 있는 것이 최고의 복인 것 같아요. 저는 그냥 꾸준한 선수가 되고 싶어요. 한 해 반짝하고 마는 선수가 아니라 항상 꾸준하게 플레이하는 선수, 기복이 없는 선수가 되고 싶은 마음이죠."
정="팬들에게 한 마디 한다면."
박="올해 저희 팀 많이 응원해 주셔서 가을 야구도 했어요. 내년에도 야구장에 더 많이 오시면 올해보다 더 나은 성적으로 보답하겠습니다. 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