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겨울 외국인 투수 계약은 어느 해보다 복잡한 구도로 돌아가고 있다. 넥센·SK·한화처럼 일찌감치 외국인 쿼터를 모두 채운 구단도 있다. 하지만 LG를 비롯한 5개 구단이 아직 외국인 투수 영입을 완료하지 못한 상황이다. 그사이 '장수 외인'으로 각광받았던 더스틴 니퍼트(전 두산)와 에릭 해커(전 NC) 앤디 밴 헤켄(전 넥센)이 모두 원소속팀과 재계약이 불발됐다. 구단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교체 바람이 강하게 부는 중이다.
이유는 있다. 외국인 투수 시장에 이른바 'A급'이라고 할 수 있는 선수가 매물로 꽤 있다. 이전에는 몸값 때문에 백기를 들었겠지만 외인 연봉이 수직 상승하면서 영입을 검토할 수 있는 상황에 이르렀다. 선두 주자는 앤서니 배스(30)다. 배스는 최소 경쟁률이 6 대 1 정도로 확인됐다. 한국과 일본에서 각각 세 팀 이상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2008년 신인 드래프트 5라운드 출신으로 메이저리그와 일본리그를 두루 거친 경험이 강점이다. B구단 관계자는 "모든 구종을 안정적으로 던진다. 직구 구속은 시속 150km까지 나오고 변화구도 나쁘지 않다. 미국과 아시아 야구를 모두 경험했다는 것도 장점이다"고 칭찬했다.
왼손 투수 중에선 로에니스 엘리아스(29)가 주목받고 있다. 쿠바 출신인 엘리아스는 2014년 시애틀에서 데뷔해 첫해부터 10승을 기록한 선발 자원이다. 도미니카 윈터리그에서 1승1패 평균자책점 1.89를 기록하면서 주가를 올렸다. 피안타율이 0.191에 불과할 정도로 안정감이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KBO 리그 구단의 영입 표적이었던 로스 뎃와일러(31)도 마음을 돌렸다. 뎃와일러는 2007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6번 지명을 받았을 정도로 손꼽히는 왼손 투수 유망주 출신이다. 지난해 겨울 최소 국내 3개 팀 이상이 관심을 보였지만 메이저리그 재도전 의사를 밝히면서 오클랜드와 계약했다. 하지만 시즌을 망쳤고, 입지가 좁아지자 한국과 일본 진출에 거부감이 사라졌다.
여기에 메이저리그 통산 51승을 기록 중인 딜론 지(31), 디트로이트 투수 최고 유망주 출신 제이콥 터너(26)도 외국인 투수 시장에 나와 있다. C구단 관계자는 "터너는 에이전트가 스캇 보라스다. 200만 달러에 가까운 금액을 줘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제프 맨쉽(전 NC)의 에이전트였던 보라스는 까다롭게 선수를 관리한다. 맨쉽이 시즌 중에 부상을 당했을 땐 에이전시에서 부상 관련 재활 프로그램을 따로 보냈을 정도였다. 여러 가지 이유로 국내 구단에서 선호하지 않는 에이전트다. 야구 커뮤니티에서 꾸준하게 거론 중인 데이비드 홈버그도 시장에 나와 있긴 하다. 타자 쪽에선 '홈런왕' 크리스 카터가 새 소속팀을 구하는 중이다.
문제는 금액이다. 일본 구단에서 거액의 금액을 보장하면서 선수의 마음을 흔들고 있다. 다년 계약을 하더라도 첫 시즌 연봉을 낮게 책정했던 일본이 과감한 투자로 알짜 선수를 유혹하는 중이다. 여기에 메이저리그 구단에서 바이아웃 장사를 시작하면서 몸값이 크게 올라가고 있다. 구단들의 고민도 비례한다. 마음에 드는 선수가 있어도 투자 비용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