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만에 FA컵 우승컵을 거머쥔 서정원(46) 수원 삼성 감독의 공개적인 '투자 요청'은 받아들여지기 힘들 전망이다.
수원은 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C 서울과 2016 KEB 하나은행 FA컵 결승 2차전에서 승부차기 접전 끝에 10-9로 이겼다. 2002년 선수로 수원의 우승을 이끌었던 서 감독은 선수와 감독 신분으로 FA컵 정상을 모두 경험한 두 번째 인물이 됐다.
서 감독은 우승컵을 거머진 뒤 "구단에 바라거나 요청할 것이 없는가"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작심한 듯 생각을 밝혔다. 그는 "예산이 줄어든 것이 사실이다. 전북이 우승한 것처럼 투자가 밑바탕이 돼야 AFC 챔피언스리그에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구단이 지원해 줬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강조했다. 수원은 2016시즌 구단 창단 뒤 처음으로 하위 스플릿에 떨어지는 등 모기업의 투자 축소에 직격탄을 맞았다. 평소 조용하고 차분한 모습의 서 감독이 단호함을 드러낸 이유다.
그러나 사령탑의 투자 요구는 받아들여지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모기업인 제일기획 산하 삼성 스포츠단은 이미 수년 전부터 허리띠를 졸라매기 시작했다. 올해 야구단 삼성 라이온즈는 최근 'FA대어' 최형우(33)를 KIA에 내줬고, 삼성전기는 배드민턴 스타 이용대(28)를 요넥스로 떠나보냈다. 삼성은 지난해 테니스, 럭비팀을 해체했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 스포츠단은 '최순실 게이트'에 휘말려 지난달 15일 검찰의 전격 압수수색을 받았다. 김재열(48) 제일기획 스포츠사업 총괄 사장도 참고인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는 등 만신창이가 됐다. 향후 삼성 스포츠단이 검찰의 집중적인 수사를 받게 될 경우 소속 스포츠 구단들의 재정 상황은 더욱 빠듯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 스포츠단이 투자를 줄이기 시작하면서 현장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수도권 스포츠 구단 고위 관계자 A씨는 "삼성은 한국 최고의 기업이다. 이런 곳에서 스포츠 분야에 투자하지 않고 소극적으로 움직인다면 한국 스포츠계에 미치는 파장은 엄청날 것이다. 삼성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그래도 인기 스포츠 축에 드는 야구단이나 축구단의 현실은 나은 편이다. 아마추어 팀들은 기본 운영도 빠듯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