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는 3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한국시리즈(KS) 5차전을7-6으로 승리하면서 우승을 확정했다. 1차전을 3-5로 패하면서 불안한 출발을 보였지만 내리 4경기를 모두 승리해 통합 우승을 달성했다. KIA의 KS 우승은 2009년 이후 8년 만이자 구단 역사상 11번째. 반면 2015년부터 3년 연속이자 통산 여섯 번째 KS 우승을 노렸던 두산은 KIA를 넘지 못하고 무릎을 꿇었다. KBO 리그 역사상 처음 성사된 '단군 매치'로 관심을 모았고, 결국 KIA가 웃었다.
공교롭게도 트레이드로 영입한 이명기(30)와 김민식(28)이 승리 선봉에 섰다. KS 5차전에 1번 우익수로 선발 출전한 이명기는 4타수 3안타 1타를 때려내 찬스 메이커 역할을 톡톡히 했다. KS 시리즈에서22타수 8안타를 기록하며 1번 타자 역할을 100% 소화했다. 2번 타순에서 김주찬이 부침을 보였지만 부지런하게 출루해주면서 만회했다.
김민식은 '수비'에서 존재감을 보였다. 2차전을 제외한 1·3·4·5차전에서 모두 선발 마스크를 썼다. 스스로 "공격은 해줄 선수들이 많기 때문에 수비에 집중하겠다"며 각오를 다졌고, 안정감 있는 블로킹과 투수 리드로 안방을 지켜냈다. 4차전에서 깜짝 승리 투수가 된 임기영은 경기 후 "1회부터 편안했다. (김)민식이 형의 리드가 편했다. 내가 던지고 싶은 사인이 바로바로 나왔다. 생각이 잘 맞았다"고 공을 돌리기도 했다.
트레이드가 적중했다. KIA는 지난 4월 7일 SK와 4대4 대형 트레이드를 성사시켰다. SK에서 기회를 잃은 이명기와 백업 포수 김민식이 메인이었다. 외야수 노수광과 포수 이홍구 등을 내주면서 출혈도 있었지만 영입한 선수들이 단숨에 주전 자리를 꿰차면서 정규 시즌 우승 원동력을 만들었다.
2014년과 2015년에 2년 연속 타율 3할을 기록했던 이명기는 지난해 99경기 출전에 그쳤고, 공격 전부분에서 큰 폭의 하락을 경험했다. 트레이 힐만 SK 감독 체제에서 신임을 잃으면서 트레이드 카드로 이용됐다. 하지만 KIA 유니폼을 입은 뒤 올 시즌 115경기에 출전해 타율 0.332로 반전을 만들어냈다. 63타점은 커리어 신기록.
김민식도 비슷했다. SK에선 이재원의 백업으로 비중이 높지 않았다. 경기 후반 대수비 출전이 대부분이었다. KIA 이적 후 시즌 타율은 0.222에 불과했지만 숙원 사업이었던 주전 포수로 발돋움했다. 수비 비중이 높았다. 도루저지율이 37.8%다. 강민호(롯데·30.4%)와 양의지(두산·32.1%) 등 국가대표 포수들과 비교해도 뒤처지지 않았다. 양현종(20승6패)·헥터 노에시(20승5패)와 줄곧 호흡을 맞추면서 두 선수의 동반 20승을 견인했다.
약점이었던 외야와 포수를 한 번에 보강한 4월 트레이드, 결국 8년 만에 KS 우승을 이끈 힘으로 작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