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프로야구는 한국 프로야구보다 한 수 위로 통한다. 미국의 메이저리그에 이어 세계 2위 수준과 규모를 자랑한다. 구단은 KBO 리그보다 단 두 팀이 더 많지만, 야구 역사와 인기 그리고 저변은 한국과 비할 바가 못 된다.
그런 일본이 프로야구 중계는 어떻게 진행하고 있을까. 방송사는 어떤 방식으로 중계권을 사 오고, 구단들은 그 권리로 어떤 수익을 낼까. KBO 리그가 벤치마킹할 부분은 없을까.
일간스포츠 스포츠취재팀은 이 궁금증을 풀기 위해 오사카로 날아갔다. 일본 MBS 미디어 홀딩스 소속 스포츠 전문 채널 가오라(GAORA) 스포츠 요코타 가즈노리 상무와 오사카 지역 퍼시픽리그 구단 오릭스 영업부 영업 제3그룹 스나가와 히로키 그룹장을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었다. 두 사람은 "일본 프로야구는 한국 프로야구와 달리 중계권 협상 대행사가 없다. 구단과 방송사 간 직접 협상에서 얻는 장점이 분명히 있기 때문"이라며 "일본에서도 중계권료와 중계권과 관련된 수입을 굉장히 중요한 부분으로 여기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처음부터 달랐다
일본은 처음부터 구단과 방송사 간 직접 계약 방식을 택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첫째는 프로야구의 가치가 높고, 둘째는 직접 협상 방식이 공정하고 투명해서다. 가끔 몇몇 에이전트사가 협상 대행을 시도했지만, 성사되지 못했다. 요코타 상무는 "예전에 한 차례 한 에이전트사가 '퍼시픽리그 구단 중계권을 전부 모아서 우리가 팔겠다. 맡겨 달라'는 제안을 한 적이 있다. 그러나 모든 구단이 동의하지 않아 무산됐다"며 "협상 에이전트가 있는 게 좋은가 나쁜가 하는 문제는 결국 각 구단 상황과 프로야구 콘텐트의 가치에 따라 달라진다. 야구의 인기가 높다면 당연히 가격이 오를 것이니 구단 입장에선 에이전트가 없어도 상관없다. 그 반대라면 중계권을 사려는 방송사가 없을 테니 에이전트가 있는 편이 수월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센트럴리그 구단들, 그 가운데 특히 요미우리와 한신 같은 최고 인기 구단들은 대행사의 힘을 빌릴 필요가 없다. 대행사가 필요한 쪽은 퍼시픽리그의 비인기 구단들이다. 지금은 퍼시픽리그도 인기가 많아졌지만, 과거에는 구단들 사이에도 중계권료 빈부 격차가 심했다. 10년 전인 2008년 일본 프로야구 통계에 따르면 전체 TV 중계권 수입의 90%를 센트럴리그 구단이 가져갔다. 그 가운데 요미우리의 지분이 52%에 달했고, 요미우리와 한신을 합하면 77%를 넘어섰다. 그렇게 TV 중계가 한쪽으로 편중되면서 인기 격차는 더 심해졌다. 스나가와 그룹장은 "인기 구단은 돈을 많이 벌지만 인기가 없는 구단은 방송에 나오지 않으니 수익이 없었다"며 "방송이 없으면 손님이 없고, 손님이 오지 않으면 팬도 늘지 않는다. 부자 구단과 가난한 구단의 차가 크게 벌어졌고, 부자 구단이 스타 선수를 많이 데려오면서 더 강해졌다"고 증언했다.
[사진=스나가와 히로키 그룹장]
중계 권리= 돈, 그 이상의 것
따라서 퍼시픽리그 구단들에는 차라리 대행사가 중계권을 통합해 일정 수익을 남겨 주는 편이 이득일 수 있다. 스나가와 그룹장도 "전체적인 팬들 입장에선 균형적 발전을 위해 (퍼시픽리그가) 중계권을 모두 합쳐서 분배하는 편이 나을지도 모른다"면서 "직접 협상에도 장단점은 있다"고 인정했다. "직접 협상은 구단과 방송사가 서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잘 알 수 있다. 서로의 방향성을 직접적으로 알 수 있다는 게 장점"이라면서 "다만 오래 관계를 유지하다 보면 서로를 지나치게 잘 알기 때문에 긴장감이 사라지고 매너리즘이 생긴다. 구단 입장에선 금액을 쉽게 올리지 못하고 오히려 깎일 가능성도 생긴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일본 프로야구는 비인기 구단 역시 대행사 없는 직접 협상 체제를 고수하고 있다. 요코타 상무는 "대행사가 들어오려고 했지만, 실패했다고 보는 편이 맞다"고 했다. 이 역시 이유가 있었다. "사실 에이전트사가 있으면 영업 담당자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 협상으로 골머리를 앓을 필요도 없어서 편하다"면서 "프로야구에 '팬'이라는 중요한 존재가 있고, 모두가 팬의 입장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런 프로야구에 대행사가 들어와 오로지 '돈'으로 프로야구를 바라보는 것은 일본 정서에 맞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구단과 방송사가 중계권을 계약할 때, 단순히 '돈'과 '권리'를 주고받는 것 이상의 시너지 효과가 가능하다는 의미다. "팬을 위해 어떤 방송을 하면 좋을지 구단과 방송사가 직접 상의해서 만들어 나갈 수 있는 부분이 생긴다"며 "반면 에이전트사가 들어오면 방송은 방송사대로, 구단은 구단대로 따로 일하게 된다. 구단과 방송사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팬을 위한 중계를 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구단들 입장도 마찬가지다. 스나가와 그룹장은 "지금은 구단과 방송사가 직접 협상하는 편이 나은 시대가 됐다고 본다"며 "2008년 무렵에는 리먼 쇼크(미국발 국제금융 위기)의 영향으로 방송사들이 중계권료를 비싸게 내려 하지 않았다. 지금은 반대로 중계권료가 오르기 시작한 시점이라 구단 수익에 (직접 협상이) 더 도움이 된다"고 했다. 또 "우리 오릭스를 포함한 모든 구단이 각자 나름대로 수익을 창출하려 애쓰고 있다"며 "이젠 예전처럼 요미우리가 인기를 독점하는 게 아니라 각 지역에서 각자의 연고팀을 응원하는 문화가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팬을 더 많이 만들고 늘리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