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수원 삼성의 브라질 출신 골잡이 조나탄(26)이 허리춤에 손을 올리며 껄껄 웃었다. 수원은 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FC 서울과 2016 KEB하나은행 FA컵 결승 2차전 원정 경기에서 승부차기까지 가는 혈투 끝에 10-9 승리를 거두고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지난달 27일 열린 홈경기에서 2-1로 이긴 수원은 이날 정규 시간 90분이 끝난 시점엔 1-2로 밀렸다. 결승 1·2차전 동률을 이룬 양 팀은 무득점으로 끝난 연장 전·후반을 거쳐 승부차기에서 운명이 갈렸다.
조나탄은 1·2차전에서 모두 귀중한 선제골을 터뜨리며 수원 우승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경기 뒤 만난 조나탄은 "K리그 클래식 소속으로 맞은 첫 우승이다"며 "평생 잊지 못할 좋은 추억이 될 것이다"고 우승 소감을 밝혔다.
조나탄의 별명은 '호날두'다. 184㎝의 키에 탄탄한 체격은 물론이고 여심을 녹이는 잘생긴 얼굴까지 세계 축구를 주름잡는 '슈퍼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1·레알 마드리드)를 빼닮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위기 상황에서 골을 터뜨리는 '킬러 본능'이 조나탄에게 '호날두'라는 별명을 안겼다. 2015시즌 K리그 챌린지(2부리그) 득점왕 출신인 조나탄은 지난 6월 수원에 입단한 직후부터 실력을 발휘했다. 그는 폭발적인 득점력을 선보이며 정규 리그 14경기에서 10골을 쏟아 냈다. 덕분에 한때 챌린지 강등권까지 떨어지는 수모를 겪은 수원은 7위로 시즌을 마쳤다. 조나탄은 FA컵에서도 득점포를 가동했다. 그는 울산 현대와 4강전에선 2골을 터뜨리며 3-1 역전승을 이끌었다. 결승 2경기에서 2골을 추가한 조나탄은 총 4골로 FA컵 득점 2위에 올랐다.
조나탄은 "2부리그에서 활약한 내가 1부리그에선 통하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많았다"며 "서정원 감독님이 믿어 주시고 동료들이 도와줘 많은 골을 터뜨릴 수 있었다"고 털어놨다.
조나탄 하면 빠질 수 없는 것이 하나 더 있다. 바로 호날두의 전매특허 골 세리머니다. 호날두는 득점 후 양팔을 뒤로 활짝 젖힌 채 포효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조나탄은 올 시즌 득점마다 이 세리머니를 펼쳐 왔다. 그런데 결승 2차전에서는 후반 10분 선제골을 터뜨렸지만 '호날두 세리머니'는커녕 별로 기뻐하지 않는 눈치였다. 지난달 29일 항공기 추락 사고를 당한 브라질 샤페코엔시(1부리그) 선수단 때문이다. 이 사고로 여객기에 탑승한 샤페코엔시 선수 22명 중 3명만 구조됐다. 이들은 남미축구연맹(CONMEBOL) 코파 수다메리카나 결승전을 치르기 위해 콜롬비아로 향하고 있었다. 이런 가운데 세계 축구계에선 애도의 물결이 일고 있다.
조나탄은 "항공기엔 내 친구 3명도 타고 있었다. 샤페코엔시의 길, 세리히오 마노엘, 네토는 2012년부터 축구를 하며 알고 지낸 동료다. 이들 중 네토만 살아남았다"며 "호날두 세리머니를 준비했었다. FA컵 결승 같은 큰 경기에서 멋진 세리머니를 하고 싶었다. 하지만 친구들이 생각나 그럴 수 없었다"고 입술을 질끈 물었다.
조나탄에겐 다음 시즌에도 '호날두 세리머니'를 펼칠 기회가 많을 전망이다. 1년 임대 계약을 맺은 그는 아직 6개월이 더 남았다. 그는 "수원에서 계속 축구를 하고 싶다"며 "일단 지금은 우승의 기쁨을 만끽하고 싶다"고 했다. 이어 "앞으로는 수원의 호날두를 넘어 조나탄식 플레이 스타일을 보여 주겠다"고 씩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