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제작자·예능인에 1남 2녀를 둔 가장 윤종신(45) 말이다. 1990년 015B 객원보컬로 데뷔해 솔로 가수로 이름을 날리더니, 어느 순간 예능 MC로 발 하나를 푹 담근다. 현재는 MBC '라디오스타' Mnet '슈퍼스타K' JTBC '속사정쌀롱'을 진행하는 'A급 MC'.
2006년엔 테니스 선수 출신 전미라 씨와 결혼해 가정을 꾸렸고, 곧 세 자녀를 둔 가장이 됐다. 2010년엔 가요 기획사 미스틱89를 론칭한다. 이 회사는 김연우·박지윤·김예림·에디킴 등을 영입한데 이어, 가족액터스·에이팝 엔터테인먼트 등을 인수해 규모를 키웠다. 가수로서의 본분도 지켰다. 매월 신곡을 발표하는 '월간 윤종신' 시스템을 2010년 3월부터 약 5년여간 이어가고 있다.
체력적으로는 '꺾인' 40대 중반 윤종신이, 이 네가지 일을 동시에 진행할 수 있는 에너지의 원천은 뭘까. 혹자는 '욕망 윤종신''야망 윤종신' 등을 들먹이며 윤종신의 꿈 또는 욕심을 얘기한다. SM·YG 또는 이수만·양현석으로 대표되는 가요계 2강 체제에 짱돌을 던질 적임자로 꼽기도 한다. 과연 윤종신이 날카롭게 갈아놓은 발톱으로 움켜쥘 '꿈'은 무엇일까. 그리고 그런게 있긴 한 걸까. 예능인·제작자·가수·가장 윤종신에게 각각 질문을 던졌다.
▶제작자 윤종신
-제작자 윤종신은 SM·YG을 목표로 하고 있나요.
"콘텐트는 다르죠. 단 사업을 확장해가는 방식은 제가 많이 배우고 있어요. 제작자가 아티스트 코스프레 하는 건 아닌거 같아요. 자기 사람들을 배 불릴 수 있어야 하는데 제작자가 아트를 하는 건 아니죠. 식구들이 음악을 할 수 있는 배경을 만들어주는 게 중요해요. 물론 저도 어려움을 느껴요. 제일 힘든 건 제가 하려는 음악이 주류가 아닌 비주류라서요. 그 분위기를 바꾸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어요. '슈스케2' 부터 아이돌 음악이 서서히 지는 걸 알았는데 그 때는 배짱이 없었어요. 겁이 난거죠."
-SM·YG로 대변되는 아이돌 음악판이 뒤집어져야 한다고 생각하나요.
"그들의 음악이 꼭 옳다는 아니지만, 그들을 존중해요. 이 가요판을 자기들의 판으로 만들기 위해 엄청난 투자를 한 거예요. 그들이 안 될 때도 있었죠, 그 때 엄청나게 돈을 까먹고 투자해서 이 판을 장악한 거예요. 근데 사람들은 그 두 회사가 대중을 한 순간에 취하게 하는 마약이라도 뿌려서 장악한 듯이 말해요. 그게 아니에요. 제작을 해보니 알겠더라고요. 이수만·양현석·박진영 같은 분들은 몇십억 씩 까먹고 거지가 될지도 모르면서도 도전해서 이 판을 만든 거예요. 엄청난 시행착오 끝에 성취한 건데 엄청나게 누리고 있다는 생각만 하는 게 아쉬워요. 그들을 공격하는 제작자들도 있어요. 근데 그 분들이 이수만·양현석처럼 이 판을 까는 일을 90년대부터 했다면, 양상은 바뀌었겠죠. 그런 류의 음악, 아이돌 음악만이 이 판을 잡을 수 있었던 거처럼 얘기하는데 그게 아니에요. 당시에 파워 있는 제작자들이 이수만의 음악에 우후죽순 따라간 거예요. 근데 SM만큼 퀄리티를 만들지 못한 거고요. 뮤지션 출신 제작자들도 움직임이 많이 늦었어요. 과감하지 못한 거죠. 제작하는 사람들은 영민해야 한다고 봐요."
-언제쯤 가요계 양상이 바뀔까요.
"제작자는 시스템을 만들어주는 사람일 뿐이고요. 결국은 괴물 같은 뮤지션이 판을 바꿀거라고 봐요. 긍정적인 건 그런 친구들이 지금은 아이돌 회사보다는 사이드 회사에 더 관심을 갖는 걸로 보인다는 거죠. 우리 회사는 지금까지 대중에게 인지도와 호감도만 높인 수준이라고 봐요. 1~2년 안에 보여줘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윤종신의 사업 확장을 두고, 야심가라는 별명이 붙었어요.
"야심은 그냥 붙인 거 같고요. 사업은 사실상 제 파트너가 맡아서 하고 있어요. 제가 이런 얘길 하는 것도 사실은 월권인 셈이죠. 미스틱89의 규모를 키운 건 사업 논리에요. 지금은 결국 사이즈의 싸움인거에요. 그렇게 하지 않으면 그냥 레이블에 머무는 거죠. 그냥 윤종신이 하는 소담스런 레이블이요. 결국 투자를 받으려면 사이즈는 얘기하지 않을 수 없고요. 박지윤·김예림 두 가수만으로 투자를 받긴 어렵잖아요. 그래서 일을 잘하고 매출이 탄탄하다는 가족 액터스를 인수한 거고요. 인수 조건도 나쁘지 않았고요. 에이팝 같은 경우엔 조영철이라는 프로듀서가 있어서요. 제가 음악을 다 할 수는 없으니까요."
-미스틱89를 설립한 이유가 궁금했어요.
"군무나 패션 같은 부분을 빼고, 음악을 하는 회사가 메이져 중에 하나는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가요계에 1등부터 5등까지 회사가 있으면 전부 아이돌 음악을 하는 회사에요. 우리가 노래방에서 부르는 애창곡은 모두 군소 회사에서 나온 것들이에요. 히트곡들을 만든 게 다 군소 회사라는 게 얼마나 웃겨요. 결국 가요 제작자들의 시스템이 잘못됐다는 얘기에요. 그래서 제가 좀 화가 나있었어요. 유행가를 부르는 가수들은 왜 항상 마케팅할 돈이 없어야 하는가. 전 성시경·아이유 같은 음악을 하는 가수가 5명만 있으면 된다고 본거에요. 1등은 규모의 싸움에서 힘들 거 같고, 3~4등은 하고 싶은 거죠."
-2013년엔 SM·YG와 함께 거론되며 급성장 엔터로 주목받기도 했어요.
"작년엔 거품이었죠. 사실 가능성만 인정받은 거예요. 김예림·박지윤 딱 둘이었는데요. 그 둘이 100억씩 매출을 올리는 것도 아니고요. '저 기획 좋네, 참신한데' 정도의 인정을 받은 거고요. 올해엔 거품이 빠질 줄 알았어요. 예림이가 올해엔 피처링만 했고, 지윤이 성적은 좋지 않았고요. 조금 시행착오를 했죠."
-제작자로서 개인적인 꿈은요.
"수만이 형이나 현석이 처럼 될 자신은 없어요. 그들은 파이터에요. 저는 그냥 어느 순간 모든 걸 팍 놓을 거예요. 지금도 미스틱89가 저 없이도 돌아가게 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고 그게 꿈인 거 같아요. 어느 시점이 오면 신치림하고 리조트 라운지에서 음악 했으면 해요. 그 것도 좀 빨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