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팀 킬러' 김호남(28·상주 상무)은 '디펜딩 챔피언' FC서울을 상대로 득점한 소감을 이렇게 밝혔다. 상주는 2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EB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2017 '천적' FC서울과 원정경기에서 2-1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김호남은 1-1로 맞선 후반 45분 오른쪽에서 김태환(28)이 올린 낮은 크로스를 오른발슛으로 연결하며 극적인 결승골을 터뜨렸다.
그의 골은 지긋지긋한 '서울 원정 징크스'도 끊었다. 상주는 2005년 5월 서울 원정에서 이긴 뒤 12경기에서 무승(3무9패)에 그치고 있었다. 김호남은 "이상하게 강팀을 상대로 시합을 하면 힘이 더 난다. 승리가 절실했는데 팀이 필요한 순간 골을 넣을 수 있어서 기쁘다"고 말했다.
그는 유독 강팀 원정에서 극적인 골을 많이 기록했다. 작년 10월 15일 전북 현대와 원정경기가 대표적이다. 당시 제주 유나이티드에서 뛰던 김호남은 2-2로 맞선 후반 39분 33경기 무패(18승15무)를 달리던 전북을 상대로 결승골을 꽂았다. 무패 우승을 꿈꾸던 전북의 꿈을 뭉갠 이 골은 제주가 5년 만에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출전의 발판이 됐다. 지난해 6월 6일 벌어진 서울전에서도 후반 막판 '극장골'을 터뜨렸다. 김호남은 팀이 1-3으로 끌려가던 후반 14분 교체 투입돼 30여 분만 뛰며 공격포인트 3개(1골 2도움)를 올리며 4-3 역전승의 주역이 됐다. 그는 당시에도 해묵은 징크스를 깼다. 제주는 2008년 5월 이후 무려 8년 만에 '서울 원정 징크스'에서 탈출한 것이다.
김호남은 "보통 강팀은 홈 팬들이 많은데, 저는 그 팬들이 모두 저를 응원하기 위해 모였다고 생각한다. 덕분에 자신감 넘치는 플레이를 펼친 것이 골 장면으로 이어지는 것 같다"며 강팀에 강한 비결을 설명했다.
김호남은 최근 눈 수술을 딛고 일어섰다. 상주 구단은 "김호남이 지난 5월 초 일상 생활 중에 시야가 흐려져 앞이 잘 보이지 않는 병인 망막 공결 판정을 받고 수술 뒤 재활 과정을 거쳤다. 6주간 휴식을 취하고 최근 복귀한 것도 그 때문"이라고 전했다.
김호남에게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다. 그는 "시즌 초 4골을 몰아치면서 득점 선두를 다투는 중이었다. 반드시 필요한 수술이었지만 워낙 컨디션이 좋았기에 아쉬움이 컸다"고 털어놨다. 게다가 그의 결장과 맞물려 팀 성적은 곤두박질쳤다. 3위를 달리던 상주는 6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김호남은 팀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했다. 그는 회복에 집중하기 위해 팀 훈련에는 빠졌지만, 매일 꾸준한 조깅과 웨이트트레이닝으로 체력을 유지하고 힘을 키웠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았다. 18일 인천 유나이티드전을 통해 다시 그라운드를 밟은 김호남은 한층 날카로운 슈팅을 선보이고 있다.
그는 "팀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기 위해 정말 이를 악물었다. 부대장님과 경기대장님이 항상 강조하시는 수사불패의 정신으로 뛴 덕분"이라고 했다.
김호남은 내친김에 태극마크까지 노리겠다는 각오다. 그는 "김태완 감독님이 평소보다 더 과감한 플레이를 주문하시는데, 덕분에 실력이 더 는 것 같다. 이 기세로 대표팀에도 도전할 것"이라며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