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방송에 대한 중계권은 메이저리그 사무국의 권한이다. 현재 스포츠 전문채널 ESPN과 FOX, TBS 등과 계약이 돼 있다. 2012년 세 방송사와 연장 계약을 하면서 8년 동안 총액 124억 달러(13조2000억원= ESPN 56억 달러 + FOX 40억 달러 + TBS 28억 달러)를 받는 조건에 합의를 끝냈다. 연평균 전국 방송 중계권료는 15.5억 달러(1조6500억원). MLB 사무국 운영비 등을 제한 금액을 30개 구단이 나눠 가진다. 불만이 최대한 적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구단들의 관심이 높은 건 지역 방송 계약이다. 미국 중계권의 핵심이다. KBO 리그를 예로 들면 SK가 인천 지역, 삼성이 대구 지역 방송사와 협상하고 계약하는 것을 말한다. 전국 방송에 대한 구단의 선택지는 없지만, 지역 케이블은 다른 문제다. 최근 몇 년 사이에 FA(프리에이전트) 시장에서 큰손임을 자처하는 구단은 하나같이 지역 케이블과 계약 갱신을 통해 대박을 터뜨렸다.
대표적인 게 LA 다저스다. 류현진이 소속된 다저스는 2013년을 기점으로 화끈하게 지갑을 열었다. 그해 1월 종합미디어 그룹 타임워너와 25년 동안 약 83억 달러(8조8000억원)를 받는 조건에 합의했다. 연평균 3억 달러(3190억원) 정도의 금액을 중계권료로 수령하게 되면서 파격적인 선수 영입이 가능해졌다. 2014년 1월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와 7년 동안 무려 2억1500만 달러(2287억원)에 재계약한 원동력 중 하나도 중계권료였다. 시애틀(계약 기간 18년·총액 25억 달러)과 필라델피아(계약 기간 25년·총액 50억 달러)도 지역 케이블과 대형 계약을 하면서 구단 운영에 숨통을 틔웠다. 텍사스도 2010년 FOX와 20년 동안 총액 16억 달러(1조7000억원)를 받는 계약을 했다. 2013년 12월에 성사된 추신수와 텍사스의 계약 기간 7년, 총액 1억3000만 달러(1383억원)다. 메가톤급 계약의 배경에도 중계권료가 있는 셈이다. 지난달 11일 '2017 KBO 윈터 미팅'에 참석했던 조 자누제브스키 텍사스 전무이사는 "모든 구단에서 가장 중요한 게 중계권이다. 중계권료가 비싸지면서 많은 팀들이 혜택을 누리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분위기가 180도 다른 구단도 있다. 대표적인 게 애틀랜타다. 애틀랜타는 워낙 적은 중계권료로 다년간 계약이 돼 있는 상태라 적극적인 투자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현재 알려진 애틀랜타의 중계권료 계약은 2026년까지 연간 1500만 달러(160억원) 안팎을 받는 규모다. 다른 팀보다 중계권료가 턱없이 적어 선수 수급이 원활하지 않다. 내셔널리그 동부 지구에서 제대로 된 경쟁을 펼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다.
워낙 금액이 큰 사업이다. 잘만 하면 황금알을 낳을 수 있다. 그래서 구단이 방송사를 직접 운영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메이저리그전문가 A씨는 "조지 스타인브레너 뉴욕 양키스 구단주는 중계권을 팔다가 방송국이 돈을 너무 많이 번다는 생각이 들어 직접 방송국을 차리는 것을 실행에 옮겼다. 그래서 YES네트워크가 만들어졌다"며 "이후 직접 방송사를 만드는 사례가 늘어났다. 빅 마켓 구단은 대부분이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2002년 3월에 설립된 YES네트워크는 양키스 경기 이외에도 뉴욕을 연고로 한 농구와 축구 경기도 틀어 주는 스포츠 전문채널이다. 구단의 주요 수입원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이 밖에 보스턴은 NESN, 뉴욕 메츠는 SNY 등의 방송사를 보유해 운영 중이다. 중계권료를 최대한으로 받을 수 있는 방법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메이저리그는 KBO 리그와 달리 구단이 직접 지역 중계권을 다룰 수 있다. 어떻게 움직이냐에 따라 구단의 이윤이 하늘을 찍을 수도, 땅을 칠 수도 있다. KBO 리그같이 대행사가 높은 금액을 중간에서 가져가는 구조가 아니다. 관계자들이 능동적으로 움직이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