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유나이티드의 별명은 '생존왕'이다. K리그가 승강제로 전환한 후 숱한 위기를 겪으면서도 단 한 번도 강등되지 않았다. 인천은 매 시즌 K리그1(1부리그)에서 '생존 드라마'를 성공적으로 써왔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다르다. 올 시즌 인천이 진짜 위기를 맞고 있다.
인천은 1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1부리그) 2020 14라운드 광주 FC와 경기에서 1-3 역전패를 당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무관중 경기를 치른 지 세 달 만에 관중 입장이 허용된 경기였다.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는 전체 수용 인원의 10%에 해당하는 인원만 입장할 수 있었다. 인천 팬들은 입장 가능한 1929석 중 1865석을 채웠다. 96.6%의 높은 관중 점유율. 장맛비가 쏟아지는 궂은 날씨와 12위로 처져있는 성적을 생각하면 놀라운 숫자였다.
올 시즌 처음 축구장을 찾은 관중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은 승리였다. 전반 22분 아길라르의 선제골이 터졌을 때까지만 해도 인천의 분위기가 좋았다. 그러나 후반 27분과 41분 엄원상이 멀티 골을 기록하며 승부를 뒤집었다. 역전 골을 내준 인천은 후반 추가시간 펠리페에게 쐐기 골까지 허용하며 무기력하게 무너졌다.
또다시 첫 승에 실패한 인천의 현재 성적은 5무9패(승점5)이다. 같은 날 성남 FC를 잡고 승점 3점을 추가한 11위 FC 서울(승점13)과의 차이는 8점 차로 벌어졌다.
인천은 승리 없이 무승부로만 승점을 쌓고 있다. 인천이 승점 3점을 내준 광주는 올 시즌 K리그1에 승격한 팀이다. 이날 경기 전까지 광주는 5경기 연속 무승(1무5패)의 늪에 빠져 있었다. 인천으로선 첫 승을 거둘 절호의 기회였으나 '강등권 라이벌'에게 패배, K리그1 잔류가 더 힘들어졌다. 특히 인천은 3라운드 수원전 0-1 패배, 9라운드 서울전 0-1 패배 등 잔류 경쟁 중인 팀을 만나면 더 약해졌다. 반등이 쉽지 않아 보인다.
광주전 전까지 인천의 분위기는 희망적이었다. 인천은 11라운드 상주 상무전을 시작으로 12라운드 전북 현대, 13라운드 포항 스틸러스 등 상위권 팀들과 3경기 연속으로 1-1 무승부를 거뒀다. 반등의 발판을 만드는 듯 했으나 광주전 패배가 어렵게 피운 반전의 불씨에 찬물을 끼얹었다.
이제 인천에 남은 경기는 정규리그 8경기와 파이널 라운드 5경기 등 총 13경기뿐이다. 모든 팀에 공평하게 주어진 이 13경기에서 최대한 많은 승점을 얻어 잔류하는 게 인천의 과제다.
지금까지 인천은 매 시즌 막판 '몰아치기'로 승수를 쌓으며 아슬아슬하게 잔류에 성공했다. 그러나 이번 시즌은 코로나19로 인해 경기 수가 줄어들어 상황이 한층 불리해졌다. 시즌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단 1승도 없이 버티고 있는 팀이 잔류하기엔 K리그1가 호락호락하지 않다.
인천은 광주전에서 실수를 연발했다. 여기서 보여준 무딘 공격력과 불안한 경기력이 계속된다면, 인천은 '생존왕'의 이름을 내려놓아야 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