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대부분 국내 굴지의 대기업이 프로야구단을 운영한다. 일본은 다르다. 10개 구단 모기업 중엔 일본 3대 통신사 중에 하나인 소프트뱅크와 금융회사인 오릭스 정도가 재계에서 명함을 내밀 만한 기업이다. 일본에서 내로라하는 대기업들은 주로 프로야구가 아닌 프로축구를 지원하고 있다.
요미우리와 주니치는 모기업이 비상장회사인 언론사다. 한신의 모기업인 한큐한신홀딩스는 구단 연고지인 오사카 지역을 기반으로 운영하는 회사다. 일본에서 내로라하는 대기업들은 주로 프로야구가 아닌 프로축구를 지원하고 있다. 그런데도 일본 구단들은 한국 구단들보다 훨씬 더 많은 수익을 올린다. 최근엔 일본 구단들도 선수들 몸값 상승으로 모기업 지원에 많이 의존하는 추세지만, 요미우리와 한신 같은 인기 구단들은 매년 지원금 없이 자립적으로 흑자 행진을 이어 오고 있다. 2016년 일본시리즈 우승팀인 히로시마는 시민 구단 형태로 운영되는데도 1975년 이후 42년간 흑자에 성공했다.
일본 구단들은 야구장 내 광고와 스폰서, 입장권 판매, 구단 상품 판매 그리고 중계권료로 수입의 대부분을 벌어들인다. 오릭스 영업부 영업 제3그룹 스나가와 히로키 그룹장은 일간스포츠와 인터뷰에서 "오릭스는 구장(교세라 돔)을 직접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간판 광고 수입, 스폰서 수입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입장권과 연간권 판매 수익이 그다음이고 구단 상품 판매 수익이 그 뒤를 잇는다"며 "여기에 중계권료까지 더하면 구단 수입 전체의 80%를 차지한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오릭스는 센트럴리그보다 인기가 낮은 퍼시픽리그에 소속돼 있다. 센트럴리그의 '스타 구단' 요미우리와 한신은 오릭스보다 중계권료 수입이 훨씬 더 많다.
일본은 구단들이 인기만 높으면 중계권료로 얼마든지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구조다. 올스타전과 일본시리즈 중계권 수입만 일본야구기구(NPB)가 관리하고, 페넌트레이스 전 경기는 구단에 모든 권리를 주기 때문이다. 스나가와 그룹장은 "일본 구단들은 NPB에 거의 종속되지 않는다. 아마 그 부분이 KBO 리그와 다른 부분일 것"이라며 "NPB가 가장 상위 조직이지만 12개 구단이 팀 운영은 독자적으로 해 나가자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KBO 마케팅 자회사 KBOP가 하고 있는 역할들은 NPB와 관계없는 별도의 조직에서 담당한다. 스나가와 그룹장은 "퍼시픽리그는 PLM(퍼시픽리그 마케팅)이라는 회사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NPB가 아니라 PLM을 중심으로 NPB가 하지 않는 일들을 해 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실 일본도 여전히 '돈 버는 야구단' 목표를 실행하기엔 갈 길이 멀다. 흑자는 변함없이 특정 구단들만의 전유물로 남아 있다. 요코타 가츠노리 가오라 스포츠 상무는 "일본도 조금씩 흑자 구단이 나오고는 있지만, 아직은 어려운 일"이라며 "매일 만원 관중이 오고 매일 구단 용품을 판매한다 해도, 어차피 수요는 정해져 있고 분명한 한계가 있다. 중계권 수익을 많이 올려도 마찬가지다"라고 설명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결국 '높은 연봉'이 흑자 전환의 걸림돌이다. 최고 부자 구단인 소프트뱅크는 올해 역대 최초로 연봉 4억 엔 이상 선수를 5명이나 보유하는 역사를 쓰기도 했다.
일본 구단들도 결국 '독립 경영 기반 구축'이라는 해묵은 숙제를 안고 있다.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스나가와 그룹장은 "프로야구단이 팬을 더 많이 만들고 늘려 가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강조하면서 "지역 밀착 활동의 일환으로 오사카 지역 초등학교를 방문해 야구 수업을 진행했다. 또 여성팬을 끌어모으기 위해 '오리히메(오릭스+여성팬)'라는 이름으로 다양한 여성 친화적 이벤트를 이어 나가고 있다"는 예를 들었다. 또 "일본 구단 가운데 홈팬으로 관중석이 가득 메워지는 팀들이 있다"며 "우리도 언젠가 홈팬으로 만원 관중을 이루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어쨌든 프로야구단은 이제 '이미지 마케팅'을 넘어 '서비스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 정운찬 신임 총재를 맞이한 KBO 리그의 새 화두도 '프로야구 산업화'다. 수익 창출과 실현을 우승에 버금가는 목표로 삼아야 할 때가 왔다. KBO와 구단 모두에 주어진 과제다. 스나가와 그룹장은 "모기업이 있는 일본의 경우엔 NPB와 구단이 확실하게 수익권을 잘 배분하고 함께 산업적인 부분을 추진해 나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가장 이상적"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