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덜이가 아니었다. 방송으로 봤을 땐 윗니를 드러내고 '니냐니뇨'를 불러야만 할 거 같지만 누구보다 침착했고 차분했다.
존박(27·박성규)은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예능에서는 자신을 포기한듯 한없이 망가졌지만 음악적 재능은 그 어떤 사람보다 뛰어나다.
2010년 Mnet '슈퍼스타K2' 준우승으로 데뷔한 존박은 시작부터 달랐다. 지금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만큼 전국민이 봤던 프로그램에서 받은 사랑은 어마어마했다. 종영과 함께 톱스타의 전유물인 아웃도어 광고를 찍었고 그를 데려가기 위한 업계의 경쟁은 치열했다. 모두가 대형 소속사로 가지 않겠냐고 했지만 그의 선택은 뮤직팜. 김동률·이적이 속한 소속사다. 라인업을 봐도 알 수 있듯 '뮤지션'이라 불리는 사람들이 있는 곳이다. 존박은 이 곳에서 자신의 음악작업에만 몰두했다.
"어릴 때도 주변 사람을 잘 만나야한다고 하잖아요. 김동률·이적 선배님을 보다보니 음악에 대한 욕심도 커지고 스스로 만족하지 않으면 결과물을 내보이기 싫더라고요. 문제는 그게 잦아지다보니 앨범을 미룰 때도 많지만요."
존박은 다음달 첫 단독콘서트 시간을 갖는다. 수차례 콘서트에서 본듯 하지만 오롯이 하는 공연은 처음이다. 그동안 여러 가수들의 게스트로 무대에 섰기에 이번엔 존박을 위한 가수들의 응원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되지만 아니었다. 게스트는 1명도 세우지 않는다.
"김동률 선배님이 먼저 연락와서 무대에 서겠다고 해주셨는데 정중히 사양했어요. 건방져 보일 수도 있지만 팬들과 저만의 시간을 갖고 싶어요. 우리를 위한 공연을 하고 싶어서 선배님의 배려에 감동한 걸로 만족했어요. 혹시 김동률 선배님 안 온다고 실망하는 사람 없겠죠. 푸하하."
존박은 최근에도 반전 학력을 가진 스타 2위로 뽑혔다. 미국 노스웨스턴 대학교에서 경제학을 전공 중이며 현재는 휴학 상태. 예능으로 존박을 먼저 알았다면 생각할 수 없는 이미지다. 그만큼 예능서 보여지는 이미지가 중요하다. "제가 좋아서 덜덜이로 보여진 건데요 뭐. 그리고 생각하는 것만큼 모범생 아니에요. 학창 시절에 수업 안 들은 적도 많아요. 막 살았어요." 와인에 치즈, 혹은 냉면에 소주를 마셔야 할 것처럼 보이지만 이날은 아니었다. 여전히 냉면을 좋아하지만 냉면 얘기하는건 손사래를 친다. "어휴, 이제 뭐 좋아한다는 얘기는 자제할래요. 어딜가도 냉면 냉면이에요." 소주 두 병을 얼큰하게 마신 후 돌아갔다.
-예능은 이따금씩 출연해요. "좋아해요. 전 원치 않는 방송을 하게 되면 얼굴에 티가 나요. 그러면 안 하는 편이에요. 지금껏 한 예능은 재미있고 다 좋아했어요. 코드만 맞으면 어떤 프로그램이라도 하고 싶어요."
-'방송의 적'도 인기 많았는데 시즌2 계획은 없나요. "그 프로그램의 주인은 이적 선배님이에요. 저는 그냥 덜덜이로 잠깐 출연하려고 했던 건데 생각보다 반응이 좋아 계속 나온 거죠. 아마 시즌2는 절대 없을 거에요. 제가 아니라 이적 선배님이 안 할거라서… 그 포맷은 이제 한 물 갔어요.(웃음) '방송의 적'이 아닌 박준수 PD이 하는 다른 프로그램을 해보고 싶어요."
-'음악의 신2'에 잠깐 나왔을 때 여전히 예능감이 있던데요. "박준수 PD님이랑은 워낙 친해요. 딱 좋아하는 유머 코드가 있어요. '음악의 신'은 원래 인기 있던 프로그램이잖아요. 잠깐 나갔는데도 분위기가 여전하더라고요."
-'예체능'을 보면 운동도 꽤 하던데요. "그냥 아무것도 없이 시작했어요. 운동 하는 게 재미있을 거 같아서 시작했는데 강호동 형님을 비롯해 다들 쿵짝이 잘 맞아 좋았어요."
-자가용이이 없다고요. "예. 차가 필요 없더라고요. 가끔 필요할 때 렌트하는데 그것도 1년에 몇 번 안돼요. 주로 활동 범위가 집 근처이다보니 멀리 갈 일도 없고요. 어차피 저녁 약속은 대부분 술을 마시니깐요. 지금껏 한 번도 차를 사야겠다고 느낀 적이 없어요. 필요할 때는 주로 택시를 타고 다니죠."
-친정이나 다름없는 '슈퍼스타K' 새 시즌이 시작됐어요. 봤나요. "예 봤어요. 노래 잘하는 사람들은 정말 많은 거 같아요. 꾸준히 끊임없이 실력자가 나오잖아요."
-'슈퍼스타K' 위기라는 말을 보면 속상하지 않나요. "위기 맞잖아요.(웃음) 저번에 '슈퍼스타K'가 계속돼야 하는지를 두고 토론하는 프로그램을 봤어요. 참신하더라고요. 저에겐 애증의 프로그램이라 속시원할 때도 있어요. 시작점이 맞고 스포트라이트를 줬지만 안 좋았던 기억도 있고요. 잘못하고 있는 건 욕 먹어야죠."
-어떤 점이 잘못됐다고 보나요. "오디션 프로그램의 범람이었잖아요. 원조이기는 하나 한때 지상파까지 오디션 프로그램이 넘쳐날 때 새로운 시도를 했어야한다고 봐요. 그리고 목소리 보정이 되는 점이 아쉬워요. 현장에서 듣는 것과 우리가 방송으로 보는 게 다르다보니 심사위원이 얘기할 때 매칭이 안돼요. 우리가 들을 땐 완벽한데 현장에서는 달라요. 사기 당한 거 같은 기분이 들 때가 있어요. 편집이 깔끔해지면 좋겠어요."
-'듀엣가요제' 나와서 화제였죠. "다행히 파트너와 음악적 취향이 비슷했어요. 이상하거나 독특하게 해보자고 하면서 하고 싶은대로 했어요. 첫 곡은 레개팝으로 갔고 두번째는 김건모 선배님 곡을 알앤비로 재해석했어요. 평은 좋았는데 표수는 차이가 많이 나더라고요.(웃음)"
-평소에는 뭐하나요. "아무것도 안 해요. 정말 그냥 있어요. 집에서 TV 보거나 음악 작업하고… 자전거 타는 걸 좋아해서 가끔 나가고요."
-왜 가수들은 새벽에 음악 작업을 할까요. "방해할 사람이 없잖아요. 원래 휴대폰과 친하지 않긴 한데 낮에는 아무래도 연락이 많이 오니깐요. 아무도 나를 간섭하지 않을 때가 새벽이죠."
-연애는 안 하나요. "외롭다는 생각은 드는데 연애하기는 싫어요. 이게 무슨 논리인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래요. 연애를 하다보면 연애만 신경써야하는데 그러기엔 음악도 해야하고요. 두 가지를 한꺼번에 하긴 힘들어요."
-올해 남은 계획이 있나요. "콘서트 잘 끝내야죠. 또 계획한대로 앨범이 착착 나오면 좋겠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