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굿바이 썸머(박주영 감독)'에서 그는 같은 반 '썸남'이 어느 날 시한부 판정을 받아 혼란을 겪는 여고생 수민을 연기한다. JTBC 드라마 'SKY캐슬'의 해나처럼 모범생이지만 성격은 다르다. 평범해 보이는 수민은 덤덤하게 일상을 살아가다 영화 말미 감정을 터뜨리는 캐릭터. 해나가 살벌했다면 수민은 아련하다.
'굿바이 썸머'는 시한부 인생이지만 지금이 가장 중요한 소년 현재(정제원)와 다가올 미래가 더 걱정인 수민(김보라)의 뜨거운 여름날을 그린 영화다. 제20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부문에 초청된 바 있다. 김종관 감독의 연출부로 여러 작품에 참여했던 박주영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특히 김보라는 이 영화에서 래퍼 원 혹은 배우 정제원을 비롯해 신인 배우들과 호흡을 맞췄다. 데뷔 15년차, 박주영 감독보다도 촬영 현장이 익숙할 그는 연기 뿐 아니라 촬영 현장을 이끌어가는 역할을 해냈다.
-'SKY캐슬'이 여전히 회자되고 있다. "'SKT캐슬'은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이다. 어려웠기 때문이다. 초반에 적응도 잘 못했었다. '캐릭터를 어떻게 풀어나가지'하고 생각하다가, 이해한 시점 이후부터는 수월하게 촬영했던 기억이 난다. 출연진과는 아직도 연락을 자주 하고 지낸다. 김혜윤과 연락을 자주 하는 편이다."
-김혜윤과 잘 통하는 친구 사이인 것 같다. "김혜윤은 똑 부러진다. 첫 촬영부터 그런 점이 좋았다. (연기를) 잘 해서 부럽기도 하고, 멋있었다. (저는) 당당한 성격이 아니라서 저한테 없는 면을 가진 친구를 좋아하는데, 김혜윤이 딱 그랬다. 제가 그냥 마냥 좋아한다.(웃음) 사회생활도 잘 하고. 꾸밈 없는 친구다."
-'SKY캐슬'과 이 영화 작업이 겹쳤다고. "독립영화에 관심이 많아서 소속사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해줬다. 이 영화는 지난해 7월부터 촬영했고, 이 영화를 찍으면서 'SKY캐슬' 오디션을 봤다."
-두 작품, 두 캐릭터가 겹치다보면 연기하기 어렵지 않나. "성격도 다르고 환경도 다른 작품이다. 감정 이입에 큰 어려움은 없었다."
-'SKY캐슬' 이후 달라진 점이 있나. "경력으로는 15년이 흘렀는데, 'SKY캐슬' 이후 주변환경이 달라졌다. (인기를) 어쩔 수 없이 느낀다. 나는 여전히 어떠한 작품에서 연기하고 배역을 맡는다. 똑같다. 그런데 최근에는 댓글이 많이 달리더라. 마음이 아플 때도 있기도 하다. 어떻게 보면 지금이 시작인가 싶기도 하다. 서운할 때도 있다."
-이전보다 캐스팅 제의도 많아졌을 텐데. "저는 크게 변한 게 없다. (오디션이 아닌) 미팅을 본다고 하면 놀라기는 한다. 작품이 잘 된 것 뿐이지 나는 달라진 것이 없다. '내가 왜?'라고 생각할 때가 많다. 드라마 이후로 광고를 많이 찍게 됐는데, 기분이 좋은 것보다 '왜지?'라는 생각을 더 많이 품었다. '왜지? 왜 나를 선택하셨지? 내가 왜 여기있지?'라는. 화보 촬영 때 발리에 갔었는데 좋은 비행기 좌석을 받았다. 여기 앉아있는 것만으로 '내가 여기 왜 있지?'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3개월간 작품을 끝낸 것 뿐인데, 진짜 신기한 것 같다."
-왜 서운한가. "15년간 묵묵히 그대로 커 왔는데, 어떤 한 모습이 비쳐지면 마치 내가 그 사람이 된 것 같다. 사람들은 단정지어 이야기한다. 난 이런 사람이 아닌데. 그래서 서운한 면이 있다. 그간 노력했는데, 이번이 처음인 것처럼 신인의 모습으로 봐줄 때 (서운하다). 이런 감정들을 친언니와 대화하며 풀었다. 감당해야 하고 안고 가야 하는 점이라 요즘엔 그러려니 한다. 정말 싫었으면 진작에 관뒀을 텐데. 이 직업을 좋아하긴 하나보다."
-여전히 오디션을 보나. "오디션 보는 것을 좋아한다. 낯선 이에게 평가받는 자리가 오디션밖에 없다보니까. 지적받는 걸 좋아한다. 그래야 개선된다. 결과물이 어떻든간에 다양한 분들 앞에서 연기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SKY캐슬'의 호평이 부담으로 다가왔을 것 같다. "생각보다 좋은 평을 받았다. '이거 어떡하지'라는 생각을 하긴 했다. 해나라는 인물의 에너지가 좋게 표현됐다. 그 후 오디션 볼 때 부담감을 느꼈던 것 같다. 오디션을 볼 때 다들 '해나 좋았어요'라는 말을 하시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