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프리에이전트) 시장에 300억이 넘는 광풍이 불어닥쳤지만, 한화 김경언(32)은 그 속에서도 가장 주목을 받지 못하는 계약이었다. 금액과 스타성 부분에서 다른 선수들에게 밀렸던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계약 과정이 수월했던 것은 아니다.
한화는 26일 오후 11시 45분께 '김경언과 3년 총액 8억5000만원에 FA 체약을 체결했다'고 알렸다. FA와 원소속팀 간의 협상 마감일을 단 몇 분 남겨두고 극적으로 의견 조율에 성공한 것이다. 김경언은 계약 후에 "머리가 아프다"는 말로 그간의 과정이 쉽지 않았음을 암시하기도 했다.
협상 마지막날을 앞두고 김경언은 지난 25일 일본에서 귀국했다. 한화에 잔류하겠다는 의지로 자처해서 일본 오키나와 마무리캠프에 참가했지만, 계약 협상의 진전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에 김성근 감독은 김경언을 중도 귀국시켜 협상에 집중할 수 있도록 했다.
한국으로 들어온 그는 다음날인 오후 2시30분에 구단 사무실로 들어갔다. 김준기 운영팀장과 협상 테이블을 차렸지만, 이전과 마찬가지로 계약기간에서는 3년으로 합의본 반면, 금액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결국 별다른 소득 없이 금액 차이만을 확인한 채 또 협상은 결렬됐다. 협상 직후 김경언은 "내가 큰 금액을 원했던 것도 아닌데, 아쉬운 마음이 든다"고 섭섭함을 감추지 않았다. 한화는 "합당한 금액을 제시했다"고 단호한 입장을 전했다.
김경언이 집으로 돌아간 뒤 한화는 고심했다. 김성근 신임 감독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전력누수보다는 내부 단속이 효과적이라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한화는 지난 2011년부터 올해까지 최근 4년 동안 총 6명의 내부 FA 선수들을 모두 잔류시키며 집안 단속을 확실히 한 팀이다. 내부 선수들에게 만큼은 대우를 확실히 해주겠다는 구단의 방침이 드러나는 부분이다.
결국 김준기 운영팀장은 협상 기일인 26일을 넘기기 전인 오후 11시20분께 김경언에게 전화를 걸어 최종적으로 구단의 입장을 밝혔다. 알려진 제시액 그대로였다. 이 통화에서 김 팀장은 김경언에게 "결렬인지, 잔류인지 확실한 의사를 말해달라"고 전했고, 김경언은 잠시 생각할 시간을 달라며 전화를 끊었다. 이후 몇 분 후에 김경언이 김 팀장에게 전화해 구단이 제시한 조건을 받아들이면서 계약를 맺었다.
2001년 해태(KIA 전신)에 입단해 프로 무대에 발을 들인 김경언은 2010년 한화로 이적한 프로 14년차다. 올 시즌 89경기에 출장해 8홈런 52타점·타율 0.313를 기록하며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그러나 그는 프로 데뷔 후 단 한 번도 규정 타석을 채우지 못했고, 올해를 제외하고는 이렇다할 활약을 선보이지 못했다. FA 시장에서도 화려한 이름값을 자랑하는 선수들과 나홀로 소소한 행보를 이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