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페 쿠티뉴(바르셀로나)가 에이스 네이마르(파리 생제르맹)의 공백을 완벽히 메우고 브라질 축구대표팀에 2019 코파 아메리카(남미 축구리그) 첫 승을 안겼다. 개최국 브라질은 지난 15일(한국시간) 열린 코파 아메리카 조별리그 A조 개막전에서 볼리비아를 3-0으로 완파했다. 쿠티뉴는 이 경기에서 멀티골을 터뜨리며 경기최우수선수(MOM)로 선정됐다. 국내 축구팬들은 '호랑이 없는 굴에서는 여우가 왕 노릇한다'라는 속담을 빗대 '네없쿠왕'이라는 말로 쿠티뉴의 활약을 칭찬했다. 네이마르는 대회 개막 일주일 전인 지난 8일 발목 부상으로 대표팀에서 제외됐다. 브라질축구협회는 네이마르 대신 윌리안(첼시)을 대체 멤버로 뽑았다.
쿠티뉴가 이끄는 브라질은 한층 강력해졌다는 평가다. 네이마르는 개인기 위주의 플레이로 흐름을 끊어 공격 전개 속도를 늦추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쿠티뉴가 조율하는 공격은 유기적인 플레이를 앞세운 빌드업이 돋보였다. 특히 바르셀로나 이적 전 리버풀(잉글랜드·2015~2018년)에서 약 3년간 발을 맞춘 공격수 호베르투 피르미누와는 찰떡 호흡을 자랑한다.
쿠티뉴는 결정적 상황에선 직접 골로 연결하는 해결사 능력도 인정받았다. 후반 5분 상대 핸드볼 반칙으로 얻어 낸 페널티킥을 침착하게 선제골로 연결한 그는 후반 8분에는 피르미누의 크로스를 정확한 헤딩 쐐기골로 마무리했다. 지난 10일 온두라스와 평가전(7-0 승)부터 시작된 쿠티뉴 체제의 브라질은 두 경기에서 평균 5득점을 몰아치면서도 무실점으로 틀어막는 완벽한 경기력으로 대회 우승 후보로 꼽힌다. 주전 센터백 치아구 시우바(파리 생제르맹)가 대회를 앞두고 "네이마르가 없는 가운데 쿠티뉴가 필요하다"며 힘을 실어 주는 등 동료들은 새 에이스 쿠티뉴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보낸다.
주로 2선 공격수로 나서는 쿠티뉴는 왼쪽 측면에서 중앙으로 드리블해 쏘는 중거리포 득점 확률이 높다. 팬들은 그가 주로 골을 터뜨리는 페널티박스 전방 지역을 '쿠티뉴 존'으로 부른다. 하지만 그는 브라질 대표팀에선 특급 공격수 네이마르의 그늘에 가려 늘 조연에 머물렀다. 소속팀 바르셀로나에선 상황이 더 어렵다. '축구의 신' 리오넬 메시가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쿠티뉴의 기량은 출중하지만, 메시는 쿠티뉴의 강점을 하나같이 다 뛰어넘는다는 평가다. 쿠티뉴는 이번 대회를 통해 슈퍼스타 등극을 꿈꾼다. 네이마르가 빠진 가운데 메시가 이끄는 아르헨티나를 넘어 브라질에 우승을 안긴다면 그 꿈은 현실이 될 가능성이 높다. 쿠티뉴는 오는 19일 베네수엘라와 2차전에서 2경기 연속 득점에 도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