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치는 선수’는 왜 하위타순에서 나올까



포스트시즌만 되면 감독들은 누군가를 찾는다. 이른바 '미치는 선수'다. 사령탑들은 "단기전에서 미친 듯이 깜짝 활약을 하는 선수가 나와줘야 이긴다"고 말한다.
천신만고 끝에 4위 티켓을 차지한 LG는 19일 마산구장에서 열린 3위 NC와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13-4 대승을 거뒀다. 1회 상대 선발 이재학을 조기 강판시켰고, 하위타순의 8번 최경철이 웨버를 상대로 스리런 홈런을 치면서 스코어를 6-0으로 만들었다.

양상문 LG 감독은 경기 뒤 "뜻하지 않게 나온 최경철의 스리런 홈런으로 승리를 예감했다"고 칭찬했다. 이날의 '미친 선수' 최경철은 1차전 MVP를 수상했다. LG 7번타자로 나온 김용의(29)도 1회와 3회 잇달아 안타를 때리는 등 3타수 2안타 1타점으로 하위 타선의 '반란'에 힘을 보탰다.

그런데 단기전에서 '미치는 선수'는 왜 하위타순에서 잘 나올까. 포스트시즌에서 각 팀의 중심 타자들은 상대의 제1경계대상이다. 어렵게 승부하기 마련이다. 김경문 NC 감독은 "(중심 타자의 경우) 집중 견제를 받아 첫 경기에 안타를 못 친다. 두 번째 경기에선 잘 맞은 타구가 수비 정면으로 가기도 한다. 그러다 보면 어, 어 하다가 안타 한두 개 치고 단기전 3~4경기가 그냥 끝나 버린다"고 안 풀리는 경우를 말했다.

하위 타순은 중심 타선보다는 기대치가 조금 떨어진다. 수비에서 실수하지 않고, 안타 하나만 쳐도 자기 몫을 했다는 시선을 받는다. 빗맞은 안타라도 하나 치면 마음이 홀가분해진다. 이후로 다른 플레이도 더 잘 된다.

단기전에서 투수는 일구일구 전력 투구를 하지만, 아무래도 중심타선보다는 하위 타선에서 방심이 올 때가 있다. 그럴 때 실투가 나오고, 결정타를 얻어 맞는다. 웨버는 최경철을 상대로 직구 3개를 연속 던졌다. 2볼-0스트라이크에서 직구 하나만 노린 최경철에게 딱 치기 좋은 공을 던지다가 뼈아픈 홈런을 맞았다.

그렇다면 '미치는 선수'는 뭘 갖춰야 할까. 김경문 NC 감독은 "대범하고 과감해야 한다"고 말했다. 포스트시즌과 같은 큰 무대에서 떨지 않고 즐기는 기질이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마음 속으로는 승리에 대한 각오를 갖고 있어야 하지만, 포스트시즌은 보너스 경기라는 마음가짐으로 최대한 즐겨야 한다. 김 감독은 "앞에 '꼭'이라는 글자가 붙으면 마음에 부담이 생기기 마련이다"고 했다.


창원=한용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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