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 모여있던 기자들은 바람처럼 믹스트존을 빠져나가는 여자 팀 추월 대표팀의 그림자만 하염없이 쫓았다. 노선영(29·부산 콜핑)이 먼저 말 없이 믹스트존을 지나쳤고 곧바로 뒤따라 김보름(25·강원도청)이, 마지막으로 박지우(20·한국체대)가 입을 꾹 다문 채 믹스트존을 빠져나갔다. 21일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겨울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팀 추월 7·8위 결정전이 끝난 직후의 일이다.
경기 전부터 인터뷰를 안할 수도 있다는 예상은 있었다. 왕따 논란이 불거지면서 사태가 일파만파 커졌고, 기자회견에 방송사 단독 인터뷰까지 서로 때아닌 폭로전이 펼쳐졌다. 이 상태로 경기를 치를 수 있을지 의심될 정도로 엉망이 된 여자 팀 추월 대표팀은 이번 대회 마지막 레이스를 3분07초30으로 마무리했다. 순위는 8위, 의심할 여지 없는 최하위다.
무거운 표정으로 레이스를 시작한 세 명은 준준결승 때와 달리 셋이 나란히 붙어 달렸다. 간간히 서로를 밀어주는 모습도 보였고, 막판에는 맨 뒤에서 달리던 김보름이 노선영을 밀어주는 장면도 나왔다. 조금이나마 벌어진 사이가 회복이 됐는지, 폭로전 이후 서로 대화는 나눴는지, 마지막 바퀴서 노선영이 두 번째로 달린 것이 첫 번째 레이스를 의식했기 때문인지 궁금해지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경기 후 이들은 인터뷰를 거부하고 곧바로 사라졌다. 막내 박지우는 울 것 같은 표정으로 "죄송합니다"라는 말과 함께 사라진 언니들의 뒤를 쫓았다. 무엇 하나 시원하지 않은, 답답함만 추가한 레이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