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이재원(26)은 2014년 무한 성장했다. 왼쪽 대타 전문 요원에서 중심타자로 거듭났다. 그리고 주 포지션인 안방 역시 경험을 쌓으며 깨달음을 얻었다.
인천고를 나온 이재원은 지난 2006년 SK 1차지명으로 입단했다. 그의 포지션은 바로 포수였다. 그런데 SK에는 박경완(SK 육성총괄)과 조인성(현 한화) 정상호 등 쟁쟁한 선배들이 있었다. 주로 경기 후반 대타 혹은 대수비 요원으로 잠깐씩 그라운드를 밟기 일쑤였다. 입단 8년 동안 규정타석 한 번 채운 적 없다.
자연스럽게 그의 마음 속에는 마스크에 대한 욕심이 있었다. 그는 "1차지명으로 입단했다. 그런데 포수로 보여준 게 거의 없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지명타자는 아닌데, 포수를 해야하는데'라는 생각을 가졌다"고 말했다.
이재원은 올 시즌 '만년 유망주'라는 수식어를 벗어 던졌다. 총 120경기에서 타율 0.337-12홈런-83타점을 기록했다. 시즌 중반까지 4번타자와 포수를 모두 맡는 시간이 많았다. 이재원은 "그 동안 포수로는 자신감이 거의 없었다. 그러나 한 시즌을 소화하면서 많이 느꼈다"고 밝혔다. 인천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선발되며 국제 무대 경험을 쌓기도 했다. 인천 아시안게임 우승의 주역 삼성 안지만(31)은 대만과의 결승전 7회 말 무사 1, 3루 상황에서 무실점으로 틀어막을 당시 "재원이가 '다 받아줄테니 자신있게 던지세요'라고 하더라"며 "정말 분석을 열심히 했다"고 칭찬했다.
순위 싸움이 한창 치열하던 시즌 막판에는 체력 부족과 안방 강화를 위해 정상호가 선발 출장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는 "지금까지 투수를 리드하면서 '내가 타석에 들어섰을 때'를 가정한 적이 많았다"며 "나랑 같은 생각(노림수)이겠지라고 생각했었다"고 말했다. 그는 "볼 배합 때도 내가 타석에 들어섰다 생각하고 했는데 막상 겪어보니 여러 분류가 있더라. 좀 더 공부하고 치밀하게 준비해야겠다는 배움을 얻었다"고 털어놨다. 한편으론 "만년 유망주라는 얘기만 듣다 끝나는 건 아닌지 걱정도 많이 했다"면서 "최소한 (만년 유망주) 껍질을 깨고 나와 다행이다"고 웃었다.
이재원은 곧 새신랑이 된다. 8년 간 교제한 김다혜(27) 씨와 오는 12월6일 결혼식을 올린다. 이재원은 "그 동안 많이 힘들었을텐데 한결같이 곁을 지켜준 아내에게 고맙다"며 "내년 시즌에는 더 좋은 모습을 선보이도록 노력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