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가을·겨울 대한민국의 모든 '을'들을 울리고 웃긴 tvN 금토극 '미생'이 20회로 대단원 막을 내린다.
시작은 화려하지 않았다. 이성민 외에는 대부분 '중고 신인'이라 불리던 배우들이 캐스팅되며 큰 반향을 몰고 오진 않았다. 너무 앳된 모습의 임시완(장그래), 단발이 아닌 강소라(안영이) 등 웹툰과 싱크로율도 높지 않았다. 하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미생'은 무섭게 다가왔다. 배우들의 연기력과 제작진의 완벽한 짜임, 원작을 해치지 않은 작가의 각색 등 삼박자가 고루 맞아 떨어졌다.
제작진과 배우들은 마지막 촬영까지 숨가쁘게 내달렸다. 지난 18일 오전 7시 서울 창신동의 한 주택가서 임시완의 단독 촬영이 끝났고 이른 아침 길을 지나가던 시민들과 제작진은 모두 감격의 환희에 젖었다. 이날 남양주와 인천공항 등 새벽까지도 눈 코 뜰 새 없이 바쁜 걸음을 재촉한 '미생' 팀은 동이 트는 걸 확인하며 대본을 하늘 높이 던졌다.
피곤한 기색이 역력한 상태서 만난 김원석 PD와 정윤정 작가는 아직까지 촬영과 탈고의 여운을 잊지 못한 모습이었다.
촬영을 끝내고 만난 김원석 PD는 "'몬스타'(13) 때부터 호흡을 맞춘 사람들이라 합이 잘 맞는다. 그러다보니 수월하게 촬영할 수 있었다. 손발이 맞아 가능한 결과였다. 모두들 고생 많았다"고 웃었다. 촬영 기간은 4개월 남짓. 요즘 드라마답지 않게 '생방송' 촬영은 아니었다. 촬영 시스템이 급박하게 돌아가면 'B팀'을 꾸려 동시 촬영을 하는 경우도 많지만, '미생'은 그렇지 않았다는 점에서 박수를 받았다.
사무실 동선까지 신경쓴 건 정윤정 작가였다. '아랑사또전'(12) '몬스타' 등 전작에서 '후반으로 갈수록 힘을 못 쓴다'는 평을 받았지만, '미생'에선 이를 이겨냈다. 18회에서 강하늘(장백기)과 강소라의 러브라인이 살짝 튀어나와 약간의 우려를 샀지만, 작가의 의도는 달랐다. "개인적으로 브로맨스(남자들의 우정과 사랑)를 좋아한다. 휴머니즘이 있지 않냐. '영웅본색' 세대라 거기서 오는 감성이 있다. 남녀 멜로보다 브로맨스다. 어른들의 멜로를 그리기 힘들다. 제일 어려운 게 키스신이다. 이번엔 그런게 없어 압박감을 덜었다"며 "지상파에서 '미생'이 방영됐어도 남녀 멜로는 뺏을 것이다"고 말했다.
감독과 작가가 뽑은 최고의 명대사는 "내일봅시다"였다. 흔하게 내뱉는 말이지만 이 마저도 많은 의미를 부여했다. 김원석 PD는 "'내일봅시다'는 단순한 얘기가 아니라 '너가 내 마음에 들어왔다'는 뜻이다. 또 '잘하자' '우리 애' 등의 대사도 좋았다"고 헸고 정윤정 작가도 "'내일봅시다'라는 말이 제일 좋더라. 내가 실제 사람들과 유지하고 싶은 관계도 계속해서 내일 보는 것이다"고 말했다.
'미생'은 드라마 신드롬을 넘어서 하나의 브랜드로 자리잡았다. 문화 뿐만 아니라 사회·경제적 다방면에서 화제를 몰고 온 올해 최고의 드라마이자 브랜드 파워다. 1년 동안 90만부 팔리던 단행본은 지난달 26일 100만 부 판매를 돌파했으며 불과 한달 만에 200만 권을 넘어섰다. 주간 VOD 판매도 눈에 띈다. 지금까지 누적 판매액만 15억원에 육박하며 매출 상승세도 가파르다. 주당 매출이 3억원에 달한다. 관련 상품 판매도 상당하다. GS25에 따르면 1회가 방송된 후부터 '미생' 관련상품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68.9% 증가했다.
출연진과 제작진은 20일 서울 여의도의 한 곳에서 종방연을 열고 자축하는 시간을 갖는다. 이후 세부로 포상휴가를 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