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예능프로그램 '삼시세끼-고창편'이 자급자족 라이프가 아닌 차승원의 요리쇼가 돼 가는 모양새다.
지난 29일 오후 방송된 '삼시세끼-고창편'에서는 김치부터 조개탕까지 각종 진미를 만들어내는 차승원의 활약이 담겼다. 문제는 자급자족이라는 '삼시세끼' 초심과는 멀어진 모습이라는 것. 요즘의 '삼시세끼'는 풍족함을 누리고 있다.
이날 방송에서도 멤버들은 맘껏 도시 문물의 혜택을 누렸다. 수박을 따러 나가기 전 마트에 들러 빵과 우유를 사 먹었고, 소시지, 라면, 깡통햄에 이르기까지 인스턴트 식품들도 구입했다. 동죽무침은 예쁜 그릇에 옮겨 담았으며, 아궁이보다는 휴대용 가스레인지가 유용하게 쓰였다. 여름을 나기 위한 선풍기도 필수 물품. 김치를 버무릴 땐 일회용 비닐장갑을 애용했다.
'삼시세끼'는 당초 시골에서 삼시세끼를 자급자족하는 멤버들의 모습을 담았다. 정선편의 멤버들이 매일 아침 원두를 맷돌에 갈아 커피를 내려 마신 장면은 '삼시세끼'의 초반 기획 의도를 잘 보여준 대목. 현 멤버들도 신안군 만재도에서 직접 모든 것을 만들고 채집하고 길렀다. 심지어 아궁이를 변형해 오븐까지 만들었다. 마을에 하나 있는 슈퍼라곤 항상 영업 중지 상태로, 멤버들은 어쩔 수 없이 거의 모든 재료를 직접 구할 수밖에 없었다.
제작진은 고창에서 다소 과한 편리함을 제공한다. 자급자족에 그다지 큰 어려움을 겪지 않으니 이야깃거리는 차승원의 요리 실력이 대부분이다. 이 쯤 되면 올리브에서 방송 중인 요리쇼 '오늘 뭐 먹지?'를 연상케할 정도. 매번 다른 메뉴로 거뜬히 한 상 차려내는 차승원은 분명 매력적인 캐릭터이지만, '삼시세끼'가 점점 요리쇼가 돼 간다는 인상은 지우기 힘들다.
사실 '삼시세끼'의 이러한 변화는 제작진이 의도한 바다. 이진주 PD는 본방송 전 기자간담회에서 "차승원이 이번엔 조금 더 좋은 조건에서 시청자들이 힐링하 수 있는 영상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 같았다"며 풍족한 재료와 도구를 제공한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제작진의 의도가 안방극장에서 통했는지는 의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잔잔하게 흘러갔던 '삼시세끼'가 더 조용해졌다. 이번 '삼시세끼'가 높은 시청률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낮은 화제성을 보이는 건 이처럼 과한 잔잔함의 결과다.
차승원, 유해진, 손호준, 새로운 막내 남주혁까지 멤버들의 합은 여전히 좋다. 이들의 캐릭터도 분명하고, '삼시세끼'에서 빠질 수 없는 동물도 오리라는 새 멤버로 채워졌다. '삼시세끼'가 이 멤버들의 매력에만 기대지 않고 흥미로운 스토리텔링을 보여줄 수 있을까. 놓친 화제성까지 다시 잡을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