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여 동안 겨울 코트의 문이 굳게 닫힌다. 한국프로농구연맹(KBL)이 정규리그를 4주 동안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사상 초유의 리그 중단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불러온 사태에 KBL은 2일 서울 강남구 KBL센터에서 긴급 이사회를 개최했다. 논의 끝에 내린 결론은 1일부터 오는 28일까지 4주간 정규리그 중단이다. KBL은 "상황이 호전될 시 각 구단과 협의해 일정을 앞당겨 개최할 방침이며, 해당 기간 중 '코로나19' 진행 상황을 지속 점검하며 이사회를 개최해 재개되는 일정에 대한 관중 입장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대표팀 휴식기 등 일시적으로 리그가 중단된 경우는 있었지만, 이처럼 외부적인 요인에 의해 예정에 없었던 리그 중단 사태가 발생한 건 1997년 KBL이 출범한 뒤 처음 벌어진 일이다. 관계자들은 "머리가 아프게 됐다"면서도 리그 중단 자체는 필요한 일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부산 kt에서 뛰던 앨런 더햄과 바이런 멀린스, 고양 오리온의 보리스 사보비치 등 코로나19 사태에 불안감을 느끼고 '자진 퇴출'로 리그를 이탈하는 외국인 선수들이 이미 발생했고, 전주 KCC가 선수단 숙소로 사용하던 전주의 한 호텔에서 투숙객 중 코로나19 감염 확진자가 발생한 것으로 확인된 상황에서 무리하게 일정을 이어갈 수 없다는 것이다.
KCC 선수단 숙소였던 호텔에서 확진자가 발생한 뒤 KBL이 긴급히 리그 잠정 중단을 결정했을 때부터 시선은 '리그 연기'냐, 아니면 '리그 종료'냐에 쏠렸다. 정상적으로 리그 일정을 소화할 수 없는 상황에서 리그를 연기하는 것이 대안이 되지 못한다는 의견도 있었고, 일방적인 리그 종료는 공평하지 않다는 의견도 있었다. 선수들과 관중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는 점에는 뜻을 모았지만,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하긴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리그를 중단하고 일정을 연기하든, 조기 종료를 선택하든 어느 쪽이라도 후폭풍은 닥칠 수밖에 없었다.
결과적으로 KBL은 코로나19 사태가 개선되는 상황을 보며 리그를 재개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4주 뒤인 29일 리그가 재개되면 잔여 정규리그 57경기 일정을 정상적으로 소화하고, 6강·4강 플레이오프와 챔피언결정전을 포함하는 포스트시즌 일정 및 진행 방식에 대해서는 추후 이사회에서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이 결정에 따라 포스트시즌 일정 조정은 불가피해졌다.
현재로선 포스트시즌 일정을 축소하는 방안이 가장 유력하다. 기존의 경우 6강 및 4강 플레이오프는 5전 3선승제, 챔피언결정전은 7전 4선승제로 치러졌다. 휴식일을 포함하면 한 달이 넘는 일정이다. 그러나 4주 동안 지연된 정규리그 일정을 모두 소화하기 위해선 포스트시즌 일정을 축소해야 한다. 6강·4강 플레이오프는 3전 2선승제, 챔피언결정전은 5전 3선승제로 치르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으며 6강·4강 플레이오프까지 단판 승부로 치르고 챔피언결정전을 3전 2선승제로 치르는 방안도 고려 대상이 될 수 있다.
KBL의 예정된 시즌 종료일은 챔피언결정전 7차전까지 치른다는 가정 하에 5월 10일이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4주 동안 리그를 치를 수 없게 됐지만, 종료일은 비슷하게 맞추려는 것이 KBL의 계획이다. 이 안에 시즌을 마치지 않으면 자유계약선수(FA)나 체육관 대관 계약, 외국인 선수 계약 등 여러 가지 비시즌 업무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상 시즌을 정상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는 마지노선이다.
KBL의 결정과 달리, 지난달 21일부터 무관중 경기를 치르고 있는 한국여자농구연맹(WKBL)은 현재 방침을 유지하며 잔여 일정을 소화하기로 결론을 내렸다. 같은 날 열린 긴급 국장회의 결과, 무관중 경기를 유지하고 숙소와 경기장에서 방역을 철저히 하는 지금 체제로 선수단의 안전을 각별히 신경쓰기로 했다. 대신, 선수단 가운데 확진자 혹은 격리 대상자가 한 명이라도 나올 경우 즉각 정규리그를 종료하고 추이를 지켜본 후 플레이오프 진행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이 기간 동안 추가로 자가격리 대상자가 발생할 경우에는 남아 있는 플레이오프 일정도 취소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