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아섭(26·롯데)은 평소 인천 문학구장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그라운드를 밟으면서 "문학에 오면 항상 기분이 좋다"고 했다. 타구의 소리 때문이다. 문학구장에서는 공이 방망이에 맞는 소리가 유독 경쾌하다고 한다. 그는 "문학구장은 이상하게 타구 소리가 좋다. 그래서 기분도 좋아진다. 이번 아시안게임이 문학구장에서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내심 기뻤다. 좋은 기분을 아시안게임 대회까지 이어가고 싶다"고 희망했다.
손아섭의 말은 성적이 증명한다. 그는 올 시즌 문학구장에서 4할이 넘는 타율(0.406)을 기록했다. 홈런은 3방이나 때려냈고, 타점은 사직구장을 제외한 7개 구장 가운데 가장 많은 7개를 생산했다. 그는 지난 4일 인천 SK전에서 5타수 3안타의 불방망이를 휘두르며 팀의 승리를 이끈 바 있다. 당시 홈런도 1개 때려냈는데, 대표팀 동료 김광현을 상대로 뽑아냈다. 높게 형성된 슬라이더를 놓치지 않고 밀어쳐 문학구장 좌측 담장을 넘겼다.
반면 대표팀이 예선 1경기를 치르는 목동구장에서는 약한 모습이다. 올 시즌 8경기에 나서 35타수 8안타로 타율이 0.229에 그쳤다. 9개 구단의 홈 구장 가운데 가장 좋지 않은 성적이다. 홈런은 2개, 타점은 5개를 올렸다. 그러나 손아섭은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오히려 "목동구장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 경기때 안타를 많이 쳐서 목동 타율을 올리겠다"며 웃었다. 긍정적인 마음가짐으로 대회를 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손아섭의 태극마크는 지난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그는 "작년 대표팀에서는 막내였는데, 이번에는 후배가 여러 명 보인다"며 웃은 뒤 "여전히 나는 부족한 선수라고 생각한다. 대표팀 선배들의 좋은 장점들을 보고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다른 걸 보여드릴 건 없는 것 같다. 그저 평소처럼 악착 같이 물고 늘어질 것이다. 금메달을 목에 걸고 부산으로 돌아가겠다"는 각오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