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국가대표팀이 첫 실전 경기에서 가능성과 문제점을 동시에 확인했다.
대표팀은 19일 일본 오키나와 나하시에 위치한 셀룰라스타디움에서 열린 요미우리와 평가전에서 0-4로 패했다. 지난 13일 오키나와에서 전지훈련을 시작한 대표팀의 첫 실전 경기. 김인식 대표팀 감독은 "선발과 백업까지 모든 야수가 타석에 설 수 있도록 경기 운영을 하겠다. 마운드는 예정된 순서대로 등판한다. 실전 감각을 끌어올리는데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4실점' 마운드, 절반의 성공
대표팀 마운드는 이날 요미우리 타선을 맞아 8피안타 4실점을 기록했다. 선발 장원준(두산)이 3이닝 무피안타·무실점으로 '퍼펙트 피칭'을 했다. 장원준은 서울에서 열릴 1라운드 선발 투수가 유력하다. 장원준에 이어 나온 장시환(kt)과 차우찬(LG)은 나란히 실점했다. 장시환은 4회 선두 타자 다테오카 소이치로에게 우익선상 안쪽에 떨어지는 3루타를 허용한 뒤 시게노부 신노스케에게 1타점 내야 안타를 내줬다. 그러나 3번 사카모토 하야토를 유격수 병살로 처리하며 대량 실점 위기를 막았다. 4번 아베 신노스케에겐 낙차 큰 커브를 던져 헛스윙 삼진을 솎아냈다. 코칭스태프가 그에게 바라는 모습이었다.
5회 마운드에 오른 차우찬은 4피안타 2실점으로 부진했다. 6회 고바야시 세이지와 다테오카에게 잇따라 좌전 안타를 허용했고, 상대 희생번트 작전으로 1사 2·3루에 몰렸다. 사카모토에게 던진 포크볼이 2타점 좌전 적시타가 됐다. 직구 구위에는 힘이 느껴졌지만, 주무기인 포크볼의 제구가 높았다. 차우찬은 "오늘(19일) 변화구와 투구 밸런스를 점검하려 했다. 변화구 제구가 잘되지 않았다"고 자평했다.
불펜진은 희비가 엇갈렸다. 사이드암 투수 원종현(NC)과 심창민(삼성)은 무실점 호투로 기대에 부응했다. 원종현은 이날 대표팀 투수 중 가장 빠른 시속 시속 144㎞짜리 직구를 던졌다. 반면 0-3으로 뒤진 8회 등판한 좌완 박희수(SK)는 2아웃까지 잡아낸 뒤 안타 2개와 볼넷 1개로 1실점했다. 이날 투수 가운데 유일하게 1이닝을 채우지 못했다. 박희수를 구원 등판한 심창민은 1⅓이닝 동안 삼진 3개를 뽑아내는 완벽투를 선보였다.
◇'무득점' 타선과 수비 실수, '감각'이 돌아오지 않았다.
대표팀 리드오프 이용규는 전날 "상대 투수를 괴롭히려면 일단 방망이에 공을 맞혀야 한다"며 "실전 경기에서 타격 타이밍을 잡아야 한다. 아직 속구를 제대로 보지 못했는데, 요미우리와 평가전에서 타격 감각을 점검하겠다"고 말했다. 이순철 대표팀 타격 코치는 "선수들이 훈련을 열심히 했지만, 실전은 다를 것이다. 정확한 타이밍으로 타구를 외야로 보내야 한다. 쉽지 않을 것이다"라고 했다.
역시 첫 경기에선 감각이 돌아오지 않았다. 대표팀 타선은 이날 9회까지 안타 4개를 치는 데 그쳤다. 2·4·5·8회까지 네 차례 득점권에 주자가 나갔지만, 시원한 적시타는 터지지 않았다. 삼진은 무려 9개. 상대 외국인 투수의 빠른공과 일본 투수의 변화구에 좀처럼 타이밍을 맞추지 못했다. 배트 중심에 정확히 맞은 타구는 2회 양의지의 좌전 안타와 5회 김재호의 좌익선상에 떨어지는 2루타, 두 개 뿐이었다. 김 감독은 8회 2사 2루에서 대타 이대호를 기용했지만, 3구 루킹 삼진으로 물러났다.
단기전에서 수비 실수는 치명적이다. 페넌트레이스의 1점과 단기전의 1점은 무게가 다르다.
이날 실점 과정은 아쉬웠다. 0-1로 뒤진 6회 무사 1루에서 차우찬은 대타 세페다 크루스를 파울 플라이로 잡는 듯 했다. 하지만 포수 양의지와 1루수 오재원이 서로 미루다 공을 잡지 못했다. 기사회생한 크루스는 차우찬에게 좌전 안타를 때려냈다. 1사 1루가 무사 1·2루 위기로 둔갑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이어진 1사 2·3루에서 차우찬은 사카모토에게 좌전 안타를 맞았다. 좌익수 최형우는 공을 뒤로 빠트렸다. 펜스까지 공이 굴러가는 사이 2루 주자까지 홈을 밟았다. 두 차례 수비 실수로 벌어진 스코어는 끝내 극복되지 않았다,